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에 방영된 드라마이다. 당시로선 드문 해외로케이션과 근현대사를 아우르며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현실까지 담아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유명한 대사와 장면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극 중 남주인공인 하림은 여주인공인 여옥을 사랑하고 있었으나, 죽은 줄 알았던 남편 대치가 살아 돌아오면서 하림과 이어질 수 없었다. 그리고 하림을 좋아하던 명지는 하림을 찾아가고 추운 겨울 길을 걸으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하림이 여옥이 소식을 들었다고 하자 하림을 좋아하는 명지는 생각난 듯이 자신의 러시아(당시 소련) 유학시절 얘기를 털어놓았다.

“소련에 있을 때 기차를 탄 적 있어요.” “몇날 며칠을 계속 가는데 그게 다 소련 땅이래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구요.” “나는 왜 이렇게 넒은 땅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어쩌다가 이 한반도 좁고 한심한 땅에 태어나서 이 고생을 하는가?” “그런데요, 그러다가 어느 간이역에서 조선 사람을 만났어요.” “누가 지나가면서 혼잣말을 하잖아요.” “어휴, 드럽게 춥네” “근데 그 조선말을 듣는 순간 참 이상하죠.” “눈물이 왈칵 나는 거에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그러니까 당신한테 여옥씨는 조국과도 같은 존잰가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도망칠 수도 잊어버릴 수 도 없어요?” 그러자 하림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우리 국민들의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때를 제외하고는 오천만년의 역사동안 정복전쟁도 없고 주변국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어냈다. 그마저도 남북으로 나뉘어져, 6⦁25전쟁까지 겪었고 그 분단은 우리의 현실이다. 일제강점기에 겪은 참혹한 수탈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대한민국은 무서운 저력으로 10대 무역국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확진판정을 받은 분들은 물론이고, 주식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자영업자들은 예측 못한 위기상황에서 생계의 위험을 겪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 할 것이다. 투명하게 확진자를 공개하고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협력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드라이빙 스루 등의 아이디어는 매우 돋보인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며, 3월 11일 미국 하원 관리개혁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약 4900명의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동안, 한국은 첫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6만6000명 이상을 검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업체들이 개발한 유전자분석장비인 RT-PCR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여부를 확인하는 신속진단시약은 감염 의심자의 비강 안에서 채취한 가래나 침을 분석하면 6시간 내로 확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이를 수출까지 한다니, 대단하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가장 감사한 것은 코로나19의 현장에서 일하는 헌신적인 많은 의료진들과 임대료를 감면하는 분들, 일반 국민부터 기업까지 이르는 많은 기부자들이다. 위기는 진실을 알린다고 했던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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