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까지 사람의 입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로 얼마나 많은 작은 침방울들이 튀어 가는지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 말하면서 심하게 침을 튀기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말할 때에는 침방울이 튀긴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다.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그 침방울이 나에게 얼마나 많이 오는지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상황에 대한 예민함이 너무 커졌다. 요즈음은 옆에서 누가 작은 기침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스크는 이제 어느 곳을 가든 매우 중요한 드레스 코드가 되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은 마치 속옷 바람으로 길을 나온 사람 취급을 받는다.

신천지의 예배, 줌바 댄스, 콜 센터와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밀접한 접촉을 하게 되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위생 개념이 없는 상태로 살았어도, 지금까지 별 일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수시로 손에 소독제를 발라도 다시 다른 물건을 손으로 잡고 나면 손에 바이러스가 다시 묻는다. 심지어 전문가들 중에는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 손이니, 손으로 마스크를 만지작거리면서 얼굴에 손이 가까이 가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이 더 위생적이라는 주장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돈에도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되어서, 전자레인지에 돈을 소독하려고 넣고 돌리다가 돈을 태워 먹는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남이 만진 물건을 만질 때마다 찜찜하고, 잘 아는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해도 같은 반찬을 나누어 먹는 것이 왠지 찜찜하다. 보이지 않지만, 얼마나 많은 서로의 침을 교환하는 것일까? 이제 먼 사람이건 가까운 사람이건 간에 사람에 대한 기피증이 생긴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관계이든 잘 아는 관계이든 얼마나 많이 서로의 침방울을 교환하면서 사회생활을 해 왔는지 새삼스럽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전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 사이의 사회적 거리를 이제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니, 사회적 거리가 지속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그래서 예전같으면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잘 안하던 지인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너 왠일이니?" "그냥, 걱정되어서. 잘 지내지?", "응, 나야 별일 없지." 이런 상투적인 대화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전염병 수칙 이후에는 새삼 의미 있는 대화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약해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까? 공기나 물도 귀해져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사회적 관계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더욱 각별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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