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진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기고] 조세진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필자가 학창시절 다니던 중학교에는 교내매점이 없어서 쉬는 시간마다 학교 앞 편의점은 배고픈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점심 메뉴가 부실한 날이면 4교시를 마치자마자 편의점으로 뛰어가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이 편의점에서 뛰어나오다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학생들의 교문 밖 외출이 금지되었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높아져 갔다. 자연스레 이후 치러졌던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출마했던 모든 후보들이 ‘교내 매점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중학교 3년 내내 교내 매점은 설치되지 않았고 이는 졸업한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유권자가 원하는 선거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선 이후 그 많던 공약들 중 실제로 이행되는 공약은 얼마나 될까?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실현가능성에 대한 고민 없이 내세운 선심성 공약 등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공약의 홍수 속에서 유권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켜질 수 있는 공약과 그렇지 않은 공약을 구별하는 ‘눈’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혜안을 가질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사전에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선거일 전 집으로 배달되는 선거공보를 꼼꼼히 검토해 보는 것이다. 선거공보에는 기본적으로 후보자가 내건 공약이 기재되어 있으며 재선·다선의원의 경우에는 지난 임기 때의 공약이행률도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선거공보를 꼼꼼히 확인한다면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토론회를 시청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후보자는 주어진 의제에 대한 자신의 공약을 내놓고 상대방 공약의 허점을 지적하며 열띤 토론을 펼친다. 이러한 과정을 살피다 보면 우리는 어떤 후보자의 공약이 더 믿을 만한 것인지, 누가 더 많은 고민을 통해 공약을 내놓았는지 자연히 알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대한민국 공약이슈지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대한민국 공약이슈지도’는 국민신문고 민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역별·연령별·성별 공약 이슈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토대로 정당과 후보자는 국민 생활 속 정책이슈를 공약에 담아낼 수 있으며 유권자들은 ‘공약이슈지도’를 통해 지역 현안을 확인하고, 어떤 후보자가 이를 해결해 줄 현실성 있는 공약을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권자의 관심만큼 정치인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또 있을까. 투표 전에 꼼꼼히 따져서 뽑았다면 투표 후에는 약속했던 공약들을 착실히 이행해 가는지 감시하고 응원하자. 감시하는 눈이 없다면 꼼꼼하게 검토하고 추렸던 공약들도 제2, 제3의‘교내매점 공약’이 되고 말 것이다. 오직 유권자의 끊임없는 관심만이 후보자의 약속을 공약(空約)이 아닌 진실한 공약(公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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