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코로나로 인해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교육계에서는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교육의 측면에서 볼 때, 진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는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마치 코로나가 신종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진화가 있을 때에만 적자생존에 의한 개체의 멸종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진화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교육계에 일어나는 피치 못할 진화의 과정은 온라인 수업이다. 지금도 유명 강사들의 온라인 강의가 이루어져 왔지만, 단순한 지식 전달 수업에서만 일방적 소통인 동영상 강의가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나는 학생들의 생각하는 사고를 발달시키고 자신만의 생각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대면적인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라는 고정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업의 질적 수준을 운운할 수 없게 된 것이, 대면 강의만 고집하다가는 등록금 반환 소송 등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 교수들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충실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과거에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수업의 실체는 학생들만이 관객이었지만, 이제 불특정 다수가 수업을 참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더욱 충실하게 내용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대학 교수들이 과거 수업 준비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강의 준비에 쏟을 것이다.

실시간 화상강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상당히 진화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ZOOM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대면수업과 같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직접 만나는 것보다 불편한 감이 다소 있지만, 이 불편함은 오히려 직접 대면이 가져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원하면 화면에 자신의 모습을 안보이고 참여할 수 있다. 심지어 화면을 뽀샵 처리하거나 배경을 멋진 바다로 만들어 참여할 수도 있다. 가끔 대학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화장이나 머리 손질 때문에 지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ZOOM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대면 수업에서 많은 학생들은 반응이 없다. 강의가 재미없으면 학생들은 몸만 강의실에 있지 마음은 다른 곳에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의를 ZOOM과 카톡으로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나만 산업혁명 시대의 사람이고,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학생들은 활보하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남학생들의 생각 표현이 여학생보다 부족하다는 경험적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 안에서는 성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남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질문과 토론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강의에 대한 내 고정관념들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온라인 실시간 화상 강의는 내게는 강의의 신세계를 경험시켜 주었다.

학생들과 소통의 질도, 학생의 사고 확장과 학생들의 상호교류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훨씬 더 풍요롭다. 온라인 세계에서 학생들은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사고를 멈추지도 않고, 토론을 즐기며 다음 수업을 끊임없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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