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충주시보건소장

 

[기고] 이승희 충주시보건소장

어느덧 벚꽃이 다 지고 완연한 푸르름이 창밖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풍경을 앞에 두고도 아쉬움이 없다 말한다면, 이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따스해진 날씨에 가족들과 나들이를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던 일들이 한없이 오래 전으로 느껴진다.

그런 아련한 생각을 길게 이어갈 틈도 없이 오늘도 쏟아지는 업무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덧붙일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추운 날씨에 손 시려워하던 선별진료소 직원들은 이제 점점 올라가는 기온으로 바람도 안 통하는 방역복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린다.

접촉자 관리와 방역소독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직원들에게는 인사를 건넬 시간도 여의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하며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위해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평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편을 뒤로 한 채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시는 시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에도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 분들, 생계의 위기 앞에서도 방역 지침을 따르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분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힘들다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각계각층의 희생과 헌신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충주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깊은 자긍심을 느낀다. 어려울 때 힘을 모아 주시는 시민들의 지혜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의 무게와 안타까움도 쌓여간다. 어서 빨리 이 위기를 벗어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엿본다.

인도의 격언 중에 '구름 저 너머에는 언제나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읊조릴 때마다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말이다. 아무리 짙은 어둠을 만들어 내는 구름일지라도 결코 태양을 없앨 수는 없다. 잠시 동안 그 모습을 가릴 수는 있어도, 태양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이 땅에 온기를 전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태양이 다시 빛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이 시기가 그치지 않는 폭우처럼 느껴질 지 몰라도 머지않아 반드시 해는 다시 뜬다. 우리가 겪는 고난의 시간도 이 어려움을 극복한 훗날에는 더없는 회복과 발전의 밑거름이 돼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이웃들과 손을 맞잡고 보릿고개를 이겨냈던 선조들의 굳은 의지처럼, 최선을 다해 코로나19을 막아낸 시민들의 땀과 열정이 충주의 가장 큰 자신감이자 어떤 어려움에도 도전하며 극복할 수 있는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지난 9일부터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새학기를 맞는 아이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우리도 다시 한 번 고삐를 조여 맬 때다. 학생과 청년들의 건강을 위해, 나아가 모든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코로나19를 완벽하게 몰아내겠다는 각오로 가진 힘을 모조리 쏟아부어야 한다. 막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푸르름이 사방에 가득할 즈음에는 시민들에게 그 색에 어울리는 활기와 희망이 가득한 충주를 꼭 선물할 것이라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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