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최근 ‘미스터 트롯’에서 13살 정동원이 불러 화제가 됐던 노래가 있다. 보릿고개를 겪었던 세대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가슴 시린 보릿고개길/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통곡이었소’.

사실 이 노래는 가수 진성이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부른 ‘보릿고개’ 가사다. 오랜 시절 보릿고개는 지난해 가을 수확한 곡식은 다 먹고 떨어졌는데, 햇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우던 5∼6월 춘궁기를 빗대어 나온 말이 '보릿고개'다.

더구나 일제강점기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60대 이후 국민들의 빈곤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다. 그래서 세계에서는 “한국은 빈곤으로부터 위대한 탈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라는 격려를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가 광부와 간호사로 온갖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또 베트남전에도 참전 했으며, 뜨거운 사막의 땅 중동에도 돈 벌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 땀을 흘려가며 고난을 이겨내 오늘처럼 풍족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의 발판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우리나라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불황과 실업 대란으로 경제가 초유의 침체 상태에 빠져들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장 가동이 중단돼 실직자가 늘어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급증해 삶의 질은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 보릿고개’가 오지 않았나 하는 걱정으로 보릿고개 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이 배부르게 먹고 살아가는 것은 식량문제다. 우리나라는 숫자상으로는 쌀이 남아 돌아가는 것으로 됐으나 여전히 식량 부족 국가로 알려지고 있다.

식량 자급률은 2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은 평균 5%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각국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곡간을 닫고 국경 봉쇄에 나서고 유통망을 차단하면서 제기되는 4~5월 식량위기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대국과는 거리가 멀다. 먹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긴축을 요구하였다.

긴축 첫머리는 농업보조금 축소였다. 이는 곧 식량안보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세계화 시대에는 아무리 억만금을 갖고 있어도 내가 먹을 일정량의 식량을 스스로 생산해 내지 못하면 언제 식량 부족에 허덕일지 모른다.

그래서 식량안보는 지금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안이다. 세계는 코로나19로 역풍을 맞고 있다. 지구촌의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코로나19가 낳은 식량위기설은 아직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일지 몰라도 현재 식량난이 시작된 만큼 우리도 유비무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코로나 위기에도 정부를 믿고 사재기를 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을 위해 선의의 사재기를 고민해야 한다. 양곡창고에 밀가루가 떨어져 빵을 만들지도, 사 먹을 수도 없는 날을 예상해야 한다.

비축된 쌀을 보며 상대적인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가능성이 높든 적든 식량위기가 닥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식량 위기가 닥쳐오면 우리는 물론 전 세계가 굶주림의 지옥문 앞에서 눈물을 흘려야할지도 모른다.

설령 그런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도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는 이미 인류를 무장해제 시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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