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강도가 완화되면서 생활방역으로 전환될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20명 대를 유지하는 등 다소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일상 복귀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100명을 넘나들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9일부터 20~30명 대에 머물렀고 13일 이후엔 20명 대에 그쳤다.

적어도 수치 상으로는 정부가 제시한 생활방역 전환의 기본 조건인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 유지', '감염 경로 미확인 환자 비율 5% 미만'을 갖췄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좋지 않아 보인다.

경북 예천에서 지난 9일 40대와 그 가족 3명, 동료 1명이 잇따라 확진자가 된 뒤 연쇄 확산해 17일 오전까지 34명이 집단 발병했다.

확진자들이 여러 곳을 다니며 접촉해 환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결과다.

이날 전국적인 신규 확진자 22명 중 14명은 해외에서 들어왔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 속도가 둔화 추세라고는 하지만 심각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다.

검역과 입국자 관리에 한 치의 틈도 보여선 안 되는 이유다.

재난을 방불케 하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 체제 전환에는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게다가 이런 저런 정황을 보면 수치 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은 적정 시기에 이르지 못했다.

확산세가 잦아드는 듯 했던 충남 천안에서도 무증상자였던 여성 한 명이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지역 사회 곳곳에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며 해외 유입 사례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활절과 총선이 최근에 지나간 만큼 감염 확산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고 평가하려면 시일이 더 필요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1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고, 또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금도 2300여 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도 의료 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선명한 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얼굴을 떠올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확진자 수 감소는 지난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라며 "지난주 부활절과 총선 투표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다음 한 주 간의 환자 발생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생활방역은 일상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감염 예방과 차단 활동을 병행하는 체제다.

생활방역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단이나 배제로 오해돼서는 안 되며 지속적이고 꼼꼼한 예방 수칙 확산과 숙지가 중요하다는 점은 변함 없다.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그만큼 전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들이 새로운 확산 요인이 될 수 있다.

방역 모범국이라고 불리다가 개학 등 일상 복귀 이후 최근 확진자 폭증 사태를 겪는 싱가포르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느슨해지거나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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