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4·15 총선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미래통합당의 일부에는 그 '충격'이 지나치게 컸던 탓일까.

자신들이 왜 졌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진정성 있는 성찰을 하며 새 출발을 다짐해도 모자랄 시기에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허상만 좇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부 극우 유튜버로부터 나온 사전투표 조작 의혹 제기다.

경기 부천 병에 출마했던 차명진 전 후보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에 동조하며 논란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가로세로연구소 이 얘기를 들어보라. 최소 12곳에서 사전선거 결과가 이상하다. A 후보와 B 후보의 관내 득표·관외 득표 비율이 똑같다 한다"며 "그런 경우가 전국 12곳이나 발생했다 한다. 이곳들만이라도 사전 투표함을 재검해야 한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무엇을 하느냐"고 했다.

수도권 여러 곳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같았다는 게 조작설의 근거였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확인 결과 동일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비율을 보인 선거구가 많았으나 그건 민의의 표준정규분포가 그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인천 연수 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민경욱 의원이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까지 사전투표 개표 결과가 미심쩍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며 일부 의원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런 걸 두고 '정신 못차린다'는 표현을 쓴다.

민주화 이후 주기적 대선과 총선, 정권 교체를 일상화한 21세기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면 민주주의를 운운할 자격도 없다.

당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중지란을 봐도 이 당이 정말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고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두 차례의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잇따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비대위 대신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새 지도부를 뽑자는 게 반론이었다고 한다.

대구 수성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을 노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대위원장 김종인, 대선 후보 홍준표' 구도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당에 관심 없다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앉히자는 쪽이나, 당권에 관심을 두고 비대위 체제를 못마땅해하는 쪽이나 '노답'이기는 매한가지로 보인다.

문제는 비대위든, 조기 전대든 당 이미지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통합당에 필요한 건 리모델링이 아니라 해체하고 재건축하는 수준의 혁명적인 변화다.

철 지난 여의도 문법을 아직도 따라가며 너무나 뻔한 비대위를 구성하거나, 흔해빠진 조기 전대를 치른다고 해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할 것인가.

이번 총선에서 민의는 현 정권 심판이 아니라 보수야당 심판에 더 의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통합당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보수'는 없다"고 하는 이유를 그들은 알아야 한다.

정부·여당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반대만 하는, 철 지난 색깔론만 들먹이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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