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1.사람의 행동은 거의 전적으로 그 사람의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 성격은 상황에 관계없이 그 사람이 특정한 방향대로 행동하게 만든다. 2.사람의 행동은 거의 전적으로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 행동에 미치는 상황의 힘은 성격의 힘보다도 훨씬 크다. 3.사람의 행동은 항상 성격과 상황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성격만을 강조하거나 상황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위 설문에 대해 한국과 미국대학생들 반응 결과, 2와 3에 대해 한국학생들이 미국학생들보다 훨씬 강하게 동의하는 반응을 보였다.(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위의 설문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지. 제한된 설문에 대한 답변이긴 하지만,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는 크다. 특히 동서양간 사고방식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은 관계를 중심으로, 전체와 부분에 대한 사고가 많다. 나를 중심으로 하기보다, '전체중에 있는 나'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이 책에선, 동양인들은 주변 상황에 맞춰 행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에 서양인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고 주장한다. 나는 동의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맥락을 많이 본다. 구체적 행동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덜 살펴보는 편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숲을 보긴 하지만 나무를 하나하나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을 보는 것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바람직하다.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행동도 달라지고, 그 행동은 또 다른 생각을 낳게 한다.  사회심리학에선 '기본적 귀인오류'라는 개념이 있다.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은 무시하고 성격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는 오류를 말한다. 예를 들면, 중요한 면접에서 긴장하는 후보자를 보고 천성적으로 걱정 많은 사람으로 결론내리는 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을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일.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앞에서 능숙하게 강연하는 사람을 원래 뛰어난 연설가로 성급하게 결론내리는 일 등등이다. 

사례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면접에선 원래 긴장하는 상황이 많으니 걱정이 있는게 당연하고, 아무도 모르는 모임에선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도 조용한 측면이 있다. 잘 알고 있는 주제, 잘 아는 사람과는 사실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모르는 주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잘할 거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다행하게도, 동양인들은 '기본적 귀인오류'를 서양인들보다 덜 범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마도 우리가 숲을 보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보다 더 넓게 바라보고, 다른 생각들에 대해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집단지성 결과로 총선이 마무리 됐다. 이제 그 결과를 더 넓게 바라보고, 나와 다른 생각이 있었으면 그 입장을 인정하자. 그래야 또 다른 새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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