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충주주재 부장

 

[이현 충주주재 부장]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재·보궐선거를 치러 '선거공화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충북 충주가 이번에도 후보 간 맞고발로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선거보다 많은 고발과 신고를 남발하며 지역의 명예는 안중에도 없고, 끝난 뒤에도 반목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후보 측은 3건, 더불어민주당 김경욱 후보 측은 2건의 상대방 고발 또는 신고를 했다. 허위사실 유포와 선거운동 방해, 심지어 절도까지 상대에게 다양한 혐의를 씌웠다.

김 전 후보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고발 취하 의지를 밝혔지만, 당내 반대에 부닥쳐 실질적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 당선인도 김 전 후보와의 만남에서 상호 고발 취하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 했으나 김 후보측의 취하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화해는 유보된 상태다. 이런 저런 사건들로 갈라진 감정의 골이 깊어 보인다.

다투다 보면 다툼을 유발한 갈등의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툼 그 자체를 갖고 다투게 된다. 충주 정치권이 오랫동안 되풀이해 보여준 반목의 기술이다. 지금 양 당이 보여주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쪽 모두가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는 마당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의 공약 미이행을 문제 삼았으나 사실관계 확인에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곧바로 기자회견 내용을 정정한 것 아닌가. 그러나 부족함을 인정했으면 당연히 사과가 뒤따라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또 김 후보의 내용 정정을 알고도 고발장을 접수한 이 후보 측은 먼저 고발의 방식을 선택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중이라해도 정치적 방식으로 풀려는 노력이 먼저였지 않았을까?

잘잘못은 사법부가 가려 줄 것이다. 고발 취하가 사건 종결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 여부는 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다만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지역의 명예와 시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태도'를 주문하고 싶다.

정치권이 저지른 불법으로 시간과 돈을 소모하는 선거를 되풀이 하고, 명예를 잃고, 이웃과 선후배의 우애를 잃고도 다시 정치권의 외면을 받는 시민들에게 미안한 일 아닌가. 더이상 유·불리를 셈하지 말고, 닭인지 달걀인지 따지지 말고 한 자리에 모여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본분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선거가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