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안심하는 기류가 형성되는 듯 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2차 팬데믹(대유행)' 경고가 나오고 있다.

침방울로 쉽게 전파되고 무증상 또는 경증 상태에서도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상 언제든지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데다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 이번 가을·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2차 대유행 가능성은 국내·외 방역 책임자들도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 20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아지고, 밀폐된 환경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90만명에 육박하는 미국의 방역 당국자는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1일(현지시간) "올 겨울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겪을 것"이라며 "이번 겨울 바이러스 공격은 우리가 지금 겪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예상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하다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도 늦봄에 시작해 여름에 소강 상태를 보이다 병이 남반구를 거쳐 북반구로 돌아오면서 가을철에는 유행 규모가 5배 이상으로 커졌다.

예방할 백신이나 감염 시 사용할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점 또한 문제다.

우선 우리나라가 방역에 제대로 대응해서 확진자가 적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고 국제적인 자랑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감염자가 적다는 건 자연적인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전히 적지 않은 잠재 요인과 사태 장기화 가능성 탓에 안심할 수 없는 국면의 연속인 상황이다.

입대를 앞둔 대구지역 10대 남성이 확진 며칠 전 부산의 클럽에 갔는데 당일 그 클럽에 480명이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오는 30일 시작되는 6일 간의 징검다리 황금연휴 기간 제주행 항공권 예약률이 80%를 훌쩍 웃돌고 전국 리조트·호텔 등의 예약률도 70~90%에 이르는 등 많은 사람이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여러 고비 끝에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으로 안정되는 추세이지만 방심하면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방역 당국은 '느슨해지는 사회 분위기'가 최대 위험 요소라며 경계심 유지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시작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 19일 일부 완화했지만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이유다.

당국이 아무리 긴장하고 예방 수칙 실천을 강조한들 '현장'에 있는 국민들이 이를 무시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오는 28일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100일째인 날이다.

인내심을 잃지 말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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