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교육 당국이 등교 수업 일정 유출 의혹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급 학교의 등교 수업 일정을 지난 4일 발표했으나 이 일정이 발표 3~4시간 전에 이미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 퍼졌다고 한다.

한 눈에 일정을 알 수 있도록 간단하게 표로 만들어진 그래픽 파일이라는데 오른쪽 상단에 교육부 로고까지 선명하게 박혀있어 누가 봐도 교육부의 공식 자료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그런 표를 만든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 해명이 사실이든 아니든 공식 발표 내용과 일치하는 등교 수업 일정이 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한다.

고3을 우선 등교시키고 유치원을 포함한 나머지 학년들은 3단계로 나눠서 순차 등교토록 한다는 표였다고 한다.

학년별 경우의 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등교 학년과 날짜를 정확하게 조합하기는 어렵다.

관련 정보가 일찌감치 외부로 흘러나갔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교육부 담당 기자들에게 등교 일정 관련 보도자료가 전해진 시각은 공식 발표 30분 전이었다고 한다.

기자들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고3 등교 날짜를 추측 보도하고 있을 때 이미 확정된 날짜는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게 교육부의 발표와 달랐다면 소위 '가짜 뉴스'로 치부했을 수 있지만 내용이 같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 당국의 정책자료 사전 유출은 공적 업무의 신뢰도를 깎아내림은 물론 거기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유·불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등교 수업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이해관계자는 학원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 전 고3의 등교일은 상식적으로 월요일인 오는 11일이나 18일이 될 것이라고 언론에서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 발표된 등교일은 예상을 깨고 수요일인 13일이 됐다.

만약 13일 등교 정보를 학원가에서 미리 입수했다면 정부 발표에 앞서 미리 방과 후 특강 등을 기획하지 않았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최근 몇 년 새 일어났던 크고 작은 공문서 유출 사고를 다 잊어버린 듯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건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관리 소홀이나 실수가 아니라 내부자들이 마음을 먹고 유출한 경우들이었다.

2017년 12월 암호화폐 관련 정부의 규제 대책 자료가 공식 발표 전 관세청 공무원에 의해 유출됐다.

당시 그 시점을 전후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듬해엔 경기도에서 신규 택지로 논의되던 곳이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에 의해 노출됐다.

올 들어 1월에는 코로나19 유증상자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서가 현직 소방관에 의해 외부로 새어나갔다.

개인 간에야 무슨 일들이 일어나며 어떤 자료가 오고 가든 알 바 아니라고 할 수 있어도 공직사회에서는 안될 말이다.

교육부는 이번 등교 수업 일정 유출에 대해 진상 조사를 벌여 유출자를 색출하며 엄중 문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직에 요구되는 직업윤리와 기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모든 정책과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 정부 청사 밖으로 나가버리는 일은 다시 벌어져선 안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