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모든 조직은 생존을 궁극적 목표로 하면서 발전을 추구한다. 생존과 발전의 전제조건은 지속적 성과창출이다. 매출과 수익을 늘리든지, 생산성이나 시장만족도를 높이는 등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구상의 모든 조직들이 코로나 19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만나 생존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에 그렇게 잘나가던 기업들도 금방 망할 것처럼 휘청거리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인 워렌 버핏도 코로나 19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최근에 항공 및 은행 관련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인 기업들마저 앞날이 불확실해졌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이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다. 제 날짜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다보니 다른 직장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위기상황에서 조직의 앞날을 예측케 하는 핵심 지표는 구성원들의 심리상태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아마 공무원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위기에서도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기에 당면해서도 구성원들의 심리가 안정되어 있으면 조직은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로자 심리상태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대개 성과는 추락한다. 결근이나 이직이 많이 발생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 거의 실패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왜 심리적인 불안감에 빠지는가? 기본적으로 그것은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타인의 위협으로부터 온다. 인간은 누구나 자존감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이 잘 수용되면 안정감을 크게 느끼지만 수용되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끼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은 누구나 이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고, 타인 인정욕구가 큰 사람일수록 위기 시에 심리적 불안정성을 더 크게 느낀다.

따라서 위기 속에서도 조직이 안전성을 유지하려면 구성원 상호간에 서로 의존할 수 있는 전통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관리 관점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의존한다는 의미는 상호간에 깊이 이해하고 인정하며, 피드백을 자주 해주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개인의 자존감이 매우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서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조직을 더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만든다. 인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실패에 대한 인정이다. 능력부족으로 실패하는 것이야 해고감이지만, 불운이 끼어 발생한 실패에 대해서는 격려와 기회가 주어질 때 향후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습관처럼 낮은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는 무조건적인 위로보다 냉정한 비판과 단호한 벌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야 조직이 온전하게 버텨낼 수 있다. 코로나 19라는 예기치 못한 대혼란의 위기 속에서 어떤 조직들은 죽고 또 다른 조직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구성원 간에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심리상태가 높고 강할수록 그 조직은 위기 속에서 길게 버텨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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