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등교 현장 가보니

▲ 20일 등교한 청주 봉명고 학생들이 담임 교사의 말을 듣고 있다, 예전 같으면 바로 붙어있었을 책상들의 간격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벌려져 있으며 학생·교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박장미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마스크·발열 체크는 기본
교사들, 거리두기 안내 분주… 책상도 간격 벌려
급식실은 한 줄로 앉거나 칸막이로 접촉 최소화

[충청일보 박장미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닫혔던 교문이 20일 열렸다.

고3 학생들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올해 첫 등굣길에 나섰다.

교사들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본 제자들에 대한 반가움과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데 따른 긴장감이 동시에 비쳤다.

이날 오전 찾은 충북 청주 봉명고등학교 현관 앞은 손 소독제와 열화상 카메라를 갖춰 놓은 상태였다.

출입구를 지키던 교사들은 학생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차례대로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1∼2m 간격으로 줄서기를 지도했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나타난 학생들은 "거리를 유지하라"는 교사의 말에 서로의 거리를 벌렸다.

현관에 들어서면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여부를 확인한 뒤 이상이 없어야 교실에 갈 수 있다.

만약 발열 증세 등 의심 증상을 보이는 학생은 학교에 들어오지 못 하고 따로 마련한 장소로 이동한 후 선별진료소로 이송된다.

학생들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불안해하면서도 오랜만의 등교에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박충현군(19)은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하면서 학교가 그리웠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열심히 학업에 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하늘양(19)은 "앞으로 펼쳐질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로 설레기도 하지만 코로나19와 대학 입시로 인한 걱정으로 복잡한 기분"이라며 "어렵게 학교에 오게 된 만큼 게으르지 않고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등교가 마무리되고 첫 수업이 시작된 교실에서도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에 대한 강조가 이어졌다.

각 반 칠판에는 '마스크 착용 필수(항시)', '자리 배치는 번호 순으로', '공기청정기 작동 금지', '다른 반 놀러 가지 않기', '환기하기' 등의 공지사항이 적혀있었다.

학생 간 거리 확보를 위해 책상을 떨어뜨려 놓았고 교실에 있던 사물함은 복도로 옮기기까지 했다.

선택 과목에 따라 한 반에서 수업할 수 있는 기준인 30명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어 특별실을 활용하거나 A·B반으로 나눠 분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를 모았던 급식도 긴장 속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날 개학에 들어간 충북 도내 15개 소규모 초·중학교와 94개 고등학교 및 특수학교는 각 학교 사정에 맞춰 급식을했다.

학교는 급식실 내·외부에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내 스티커를 부착했다.

식탁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를 하도록 했고 학생 간 대화도 자제시켰다.

봉명고의 경우 칸막이 좌석에 앉거나 칸막이가 없는 좌석에는 한 방향으로만 앉게 했다.

다른 학교들도 정상 급식을 하거나 간편식, 대체식을 제공하고 정상 급식과 간편 급식을 동시에 하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혜원학교도 이날 고3 학생 등교가 시작됐다.

이 학교 고3 학생 17명 중 이날 등교한 학생은 15명으로,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보호자와 함께 개별적으로 교실로 향했다.

5∼6명씩 수업을 하는 교실에서는 책상 간 거리가 1m 이상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모든 책상에 가림막도 설치됐다.

학교 측은 매일 교실과 셔틀버스를 소독할 방침이다.

김명철 봉명고 교장은 "오랜만에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학교도 등교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다. 학생들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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