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 10분 전, 업무를 마무리하며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 지난번 요리강좌에서 배운 부드러운 계란찜으로 남편을 감동시켜볼까'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칼퇴근을 준비하며 앉아 있는데,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늘도 시집 간 딸이 밥은 잘 해먹고 지내는지 염려하는 엄마의 전화겠지 했다. 그런데 왠일로 사무실 근처로 오신다고 하신다. 며칠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옷을 교환하고 싶다고 같이 가자고 하신다.

나는 집에서 저녁식사를 취소하고 엄마와 옷가게로 향했다.

옷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엄마는 이것저것 둘러보시더니 내 옷으로 바꾸라고 하신다. 나는 '여기 내가 입을 옷 없어. 아줌마 브랜드여' 라고 말하며 딱 잘랐다. 엄마는 이것저것 입어보시더니, 또 그러신다. '네 옷으로 바꿔주려고 왔다. 아니면, 언니옷으로 바꿀까?' 나는 '언니옷도 여기 없어' 라고 말한다.

결국 엄마는 처음에 선물 받은 옷과 거의 비슷한, 별 차이가 없는 옷으로 바꿔 가셨다. 입어보지도 않으시고.

엄마와 저녁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가기 위해, 엄마는 건너편으로, 나는 이쪽편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나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를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 묘하다.

결혼 후, 처음으로 밖에서 만나는 엄마, 엄마와 헤어지는 느낌이 결혼 후 집에서 짐을 챙겨 나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 두 번째 이별인 것 같다.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이별의 감정을 느낄 때가 있겠지. 슬프지만은 않은 성숙과 책임감이 커지는 이별이다.

▲ 김정애
청주ymca 정책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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