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제천 29곳 확진 판정 … 만성화 조짐
원인 미상·치료법 無 … "과수 산업 붕괴 우려"

▲ 충주시 한 과수농가에서 발견된 과수화상병 감염 과수.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충북에서 과수화상병이 또 다시 발생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는 과수화상병이 해마다 발생, 만성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충북의 과수산업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충주지역 27곳(산척면 22·소태면 5)과 제천지역 2곳(백운면 2)의 과수원에 대한 정밀 조사 결과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 22일엔 충주 4곳(산척면 2·소태면 1·엄정면 1)과 제천 1곳(백운면 1)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34농가 외에 충주 26곳의 과수원에서도 의심증상이 발견돼 현재 정밀 분석 중이다.

이날 충북에선 의심신고가 26건 추가로 발생했으며 이날까지 총 의심신고는 100건이다.

이날까지 전국에선 충북 충주·제천, 충남 천안, 경기 안성 등 4지역 45농가 27ha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수화상병은 확산 속도가 빠른데 치료법이 없어 '과수의 구제역'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검역병해충으로 지정된 금지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한다. 감염됐을 경우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충북에서는 2015년 제천시 백운면에서 화상병이 처음 나타난 뒤 2년간 잠잠했으나 2018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74개 농가(51.5㏊)에서 다시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제천(62개 농가), 충주(76개 농가), 음성(7개 농가) 등 3곳에 집중 발생했다. 면적은 88.9㏊에 달했다.

도내 전체 사과·배 과수원 면적의 2% 규모였다. 전국 발생 농가(181개 농가)의 80%, 피해면적(127㏊)의 70%(89㏊)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들 지역에 화상병이 집중되는 원인으로 2015년 발생한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 살아났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화상병은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아 병든 나무를 뿌리째 매몰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유일한 대책이다.

충북 북부지역에 과수화상병이 집중되고 해마다 발병 규모가 늘어나면서 매몰 과수도 증가하고 있어 지역 과수산업 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올해 관련 방제지침 개정, 현지 예찰 및 방제 지도반 편성·운영 등 각종 예방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과수화상병 재발생을 막지 못했다.

과수화상병 연구시설은 2022년쯤 완공되고 예방이나 치료법은 적어도 5년 뒤에나 나올 전망이어서 충북지역 과수농가의 시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 농기원 관계자는 "예방 활동을 강화했지만 잠복기가 길고 발병 전까지는 세균이 있는 나무인지 확인이 어렵다"며 "발견시 신속방제해 확산을 방지하고 감염 예방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자제하고 철저하게 작업도구를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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