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고지혈증 약물 한계 극복…동맥경화증 치료에 기여"

 국내 연구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약물을 이용해 동맥경화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뇌공학과 박지호 교수 연구팀이 혈관 내 '플라크'(plaque)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나노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동맥경화증이라 불리는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벽에 지방과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로 이뤄진 덩어리 플라크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혈관 질환이다.

 플라크가 혈관을 막게 되면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유발한다.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

 죽상동맥경화증 치료를 위해 주로 고지혈증 약물인 '스타틴'을 경구 투여한다.

 그러나 스타틴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나 이미 형성된 플라크는 제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당 화합물인 '사이클로덱스트린'이 콜레스테롤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귀 내이의 유모 세포를 손상시켜 청력이 손실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사이클로덱스트린을 10나노미터 크기 폴리머(중합체)로 제조한 뒤 정맥에 주입하면 귀 내이에 잘 축적되지 않고 플라크에만 달라붙어 플라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독성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사이클로덱스트린과 스타틴을 '자기 조립'(self assembly·일정한 조건에서 고분자가 스스로 모여 일정한 모양의 결정을 조립하는 현상) 방식을 통해 100나노미터 크기 입자로 제조한 뒤 정맥에 주사하면 플라크가 더 효과적으로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은 플라크 내 콜레스테롤을 제거한다.

 스타틴은 혈관 벽을 좁게 만드는 원인인 '염증성 대식 거품세포'(면역세포인 대식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거품세포로 분화한 세포)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같은 복합 치료 방식은 각각의 약물을 따로 전달하는 경우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신약을 개발한 게 아니라 기존 경구 투여용으로 쓰이는 약물을 재조합한 것이기 때문에 인체 유해성은 낮다"며 "심혈관 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제어 방출 저널'과 'ACS 나노'에 각각 지난 3월 10일자, 4월 28일 자로 실렸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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