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어느덧 6월이다. 6월을 시작하며 상당산성에 다녀왔다. 며칠 사이에 신록은 완연하게 짙어지고, 꽃을 피우고 씨앗과 열매를 키우고 있다. 자연은 푸근하고 넉넉하지만 봄을 잃어버린 우리의 심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이도 달라졌다. 산길에서도 앞사람과 거리두기를 하고, 오고갈 때는 멀찌감치 피해 지나간다. 특히,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만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긴장을 풀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고, 더워지는 날씨에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가급적 접촉을 피하는 것이 일상화된 상황이니 집에 와서도 피로와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심신을 추슬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어느 전문가(김연수·한양특허 대표)의 말씀을 공감하며 내면화하고 싶다. 삶 속의 일들을 해결해야할 숙제로 보지 말고, 체험하고 즐기며 스쳐 보내야할 축제로 대하라. 기쁘나 슬프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명언을 잊지 말라. 삶 속의 사람들을 평가하거나 싸워야할 상대로 보지 말고, 내가 같이 웃고 사랑하고 배워야할 존재들로 대하라. 좋거나 나쁘거나 모두로부터 배울 것이 있음을 잊지 말라. 삶 속의 물질들을 빼앗아 가져야할 재물로 보지 말고…….

또한, 마음건강 '길'을 창간한 함영준 대표의 '함영준의 마음 디톡스'도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것이 디톡스이니, 코로나19 독소를 몰아내고 하루속히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싶다.

긴장성 두통이 일어난다거나, 후줄근하게 땀이 난다거나, 자주 불안 초조한 감정 상태에 빠지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상황 등 심신은 '투쟁-도피' 모드에 빠져있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은 위협을 감지할 때 심리적·생리적으로 '투쟁-도피' 반응을 보인다. 자율신경계의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주도권을 잡아 근육을 긴장시키는 전투 상황이 온다. 전투 상황이 종료되면 '브레이크(brake)'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계가 나서서 이완·평정·휴식을 제공하는 '평화' 상태가 온다니 다행이다.

초식동물들은 늘 맹수에 쫓기며 살면서도 천수(天壽)를 누리는 것이 자못 신기하다. 아프리카 맹수의 왕 사자의 평균 수명은 10~15년, 표범 20년, 호랑이(시베리아-인도산) 15년 정도인데 비해, 얼룩말 25~35년, 기린 26년으로 훨씬 오래 산다. 그 이유는 도망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화로운 상태 속에서 나날을 보내기 때문이라니,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과 교훈도 많지 않는가.

적당한 긴장은 육체에 활력을 주지만, 과도한 긴장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항상 스트레스 속에 살면 육체와 정신은 지치고, 에너지는 한도 초과돼 번아웃(burnout·소진) 상태로 간다. 자율신경계 역시 평시와 전시(戰時)를 구분 못 하고, 결국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이어져 각종 질병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이런 현대인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동, 명상, 요가, 심리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소를 몰아내고 치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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