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소위 'K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적인 찬사를 받던 중 이태원 발 확진자가 증가하더니 수도권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다시금 나라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6일로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전략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바꾼 지 한 달이 됐지만 그 사이 2차 유행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수도권 집단 감염은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수도권 개척교회, 방문판매업체를 거쳐 급기야 서울 시내 탁구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8일부터 중학교 1학년생, 초등학교 5∼6학년생 135만명이 등굣길에 오름에 따라 초·중·고생 전원의 순차 등교가 마무리된다.

겉으로는 일상이 회복된 듯 하지만 시쳇말로 '무늬만' 일상 회복일 뿐 실제론 사태 종식과는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507명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69.2%인 350명이 수도권 집단 감염 관련자였다.

270여 명의 확진자를 유발한 이태원 클럽에 이어 쿠팡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급속히 퍼지자 정부는 수도권 공공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 학원·PC방·노래연습장의 영업 자제를 권고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 한 곳들에서 집단 감염이 터지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와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미 각각 120명과 80명을 넘어섰다.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도 40여 명으로 늘었으며 양천구 탁구장 관련 확진자 역시 20명 가까이 불어났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국 하루 평균 확진자 발생 추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 주인 지난 4월 29일∼지난달 5일 7.4명이었으나 최근 1주일(6월 1∼7일)에는 44명으로 늘었다.

6일과 7일에는 각각 51명과 57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연이틀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역체계 기준선인 50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생활 속 거리두기는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 '조용한 전파자'로 불리는 무증상 감염자가 우리 주변 어디에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무섭다.

감염원을 모르는 '깜깜이 환자'의 비율은 최근 2주 간 9.7%로 집계됐다.

잠시의 방심이 가져온 현 상황을 볼 때 2차 대유행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집단 감염 사례 현장 실태는 우려를 넘어 한심스러운 수준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신발이나 모자를 돌려쓰며 다닥다닥 붙어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작업했다.

수도권 개척교회 모임 역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바짝 붙어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해 참석자의 70% 이상이 감염됐다고 한다.

대부분 고령인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들 역시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여 노래하며 음식을 먹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서 확산세가 계속되면 생활 방역 성공은 요원하다.

일상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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