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충북교사노동조합(충북교사노조) 설문 조사 결과 충북지역 교사 51.8%가 최근 3년간 교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은 '교사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우롱하는 언행'(57.2%), '수업 방해·부당한 교육활동 간섭행위'(50.7%), '강압적 위협·언어폭력'(33.8%),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적 수치심 유발'(5.7%) 등 봉변을 당했다. ‘선생님 내일 학교와요?’ ‘아니야. 수, 목, 금, 사흘이지…’ 순차·순환·격일·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 들쑥날쑥 등교를 풍자한 변주곡처럼 들린다.

'교권 침해에 도교육청 대응' 설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와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교권을 보호받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서 교육부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선생님 존경은커녕 툭하면 기운 빠진 고독한 배경에는 단순히 침해 문제만 아닐 가능성도 크다. 관리자나 교사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주체들이 배제된 채 생전 듣고 보지 못한 규정과 단체들이 해결사로 참견하는 바람에 혼란부터 부추긴다.

정작, 학교 울타리 안의 차분한 대응을 ‘교원의 무사안일’ 로 뒤집어씌우니 분통터질 일이다. 한편 교권추락 여파 역시 일부 부도덕하고 무능한 교사로 인한 전체 교사들 불신도 만만찮다. 바로 일 년 전, 도내 모 중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 간 성관계로 교육·경찰·법조계 모두 발칵 뒤집히지 않았던가. “서로 사랑한 사이인데 무슨 문제냐?” 며 되레 들이댔다.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내팽개친 ‘교권침해’와 전혀 별개인 ‘교권몰락’ 맞다. 자신의 헛발질은 모른 채 언제까지 ‘전문직 운운’ 또는 ‘못 해 먹겠다’를 항변할 셈인가. ‘공교육 신뢰 회복’에 진땀 빼는 선생님들 뒤로 일그러진 자화상도 싸잡아 먹을 욕이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교육자 역할을 제대로 하는 학교문화 만들기’란 충북교사노조의 다부진 앙증, 한 두 단체 자구 행보만으로 어렵다. 교권침해 주체가 교장·교감 등 관리자(23.8%), 학교 행정직원(9.6%) 순의 응답은 매우 낯 뜨겁다. 교수 학습을 지원하는 구성원(동료)들에게 오히려 교권 난타를 당해 왔다는 아이러니다.

교장 교감 행정직원 입장도 그렇다. 선생님 일거일동이나 교원의 고유 업무를 시시콜콜 개입할 때 자칫 갑을 관계로 비쳐질 수 있다. 로봇처럼 묶어 이리 뛰고 저리 발버둥 치며 자기 주도적 밑그림을 생략한 ‘내 새끼’ 노래에 선생님은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치이고 동료 간 파열음까지 화음 정열하기란 눈물겨운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린다면 실질적 변화와 멀다. 분쟁과 갈등의 해소는 소통 아닐까. 거장은 악기 탓 않는 법, 교학상장(敎學相長)을 근사하게 달굴 교권신장은 학교구성원의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공감될 때 달라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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