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새 소리가 첫 손님이 되어 방문한다. 길을 걸으며 듣는 한 떼의 새 소리들은 클래식 연주의 흥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새', 누가 처음 '새'라고 이름 불렀을까. 입 안에서 '새, 새, 새' 되뇌어 보니 재미있다. 하늘과 땅의 '사이'에 존재하는 사물이기에 '새'라고 했을까.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사물이기에 '새'라고 했을까.

초등학교 운동장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집을 방문한 손님이 때마침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시끄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내가 아이들의 소리를 '새' 소리인 양 들으며 즐기고 있음을 알았다. 머리 위 하늘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듯이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에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새' 소리는 늘 '새 소리'이기에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오늘이 새 날인 것을 기억하며, 아직 살아보지 않은 '오늘'의 순결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늘의 구름들이 태곳적부터 이 시간까지 단 한 순간도 같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의 하루가 그렇게 매순간 새 시간, 새 날인 것을,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도화지 같은 선물인 것을 고백하며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시간과 함께 생각도 흘러야 한다. 과거의 기억 속에 주저앉아 어제의 일들을 곱씹으며 '오늘'이라는 시간을 방치해선 안 된다.

아침밥을 먹고 일터로 학교로 출발한 가족들의 하루가 질서 있고 평안한 새 날이 되기를 소망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하며 콧노래라도 부를 일이다.

그러다 보면 뜻밖의 새로운 생각이 솟아오르는 새 날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새 날의 기쁨을 노래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처럼…. 운동장에서 목청껏 소리치며 자유롭게 뛰노는 이 땅의 건강한 아이들처럼….

▲ 박순희
수필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