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항상 진짜 의중을 알 수 없던 북한이지만 이번에는 마치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이라도 한 듯 고강도의 도발을 시작했다.

북한은 16일 오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 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가 개소한지 겨우 19개월 만에 사라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한지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겼다.

이날 남측에서도 개성공단이 위치한 곳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목격됐다.

군 당국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돌발 군사상황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전방 부대 지휘관들은 정위치하고 부대를 지휘하도록 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총참모부가 공개 보도 형태로 발표한 보도에서 남북 합의로 비무장화한 지역에 다시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남한을 향한 대대적인 전단 살포 계획도 시사했다.

언급된 비무장화 지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으로 보인다.

두 지역에 병력과 장비가 다시 배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내 군사 활동 재개와 공동경비구역(JSA) 근무병 총기 휴대,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 등도 거론된다.

평화와 남북 협력을 상징하던 개성과 금강산이 다시 첨예한 군사 대결 장소로 후퇴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전날 북한에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자고 했지만 이를 대놓고 비웃은 모양새다.

북한의 예고대로라면 개성공단 지역에 전방 주력 부대가 재배치될 수 있다.

개성공단 지역이 다시 '요새'가 되면 전방 지역 긴장 고조는 명약관화다.

이런데도 탈북단체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무슨 평화의 메신저라도 된 양 국가는 안중에도 없이 벌인 일의 결과물이 지금의 한반도 긴장 상태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15년 간 언제 승인을 받으라고 한 적이 있었느냐"면서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김여정 한 마디에 문제 삼느냐"고 최근 통일부를 비판했다.

특히 통일부의 자유북한운동연합 법인 설립 허가 취소에 대해 "통일부는 '역적부'나 마찬가지"라고 폭언을 했다.

그런데 저 말은 15년 동안 동일한 정권이 계속 집권하고 있었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그의 발언은 '지난 정권의 비호 하에 거칠 것 없이 활개치다가 현 정부 들어서 제재를 받아 화가 난다'는 식으로 들린다.

어찌됐든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혹시 모를 군사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며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