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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의 노래정혜련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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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3  16: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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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시계는 둥근데 날카로운 초침이/내 시간들을 아프게/모두가 바쁘게/뭐를 하든 경쟁하라/배웠으니 / 우린 우리의 시차로 도망칠 수밖에/이미 저 문밖에는 모두 그래/‘야, 일찍 일어나야 성공해, 안 그래?/맞는 말이지 다/근데 니들이 꿈을 꾸던 그 시간에/나도 꿈을 꿨지/두 눈 똑바로 뜬 채로/ (중략) 모두 위험하다는 시간이 우린 되려 편해/  -우원재 「시차」중에서-

음악 장르 힙합에서 ‘랩’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강한 비트로 빠르게 내뱉는 가사는 따라 부르기도 힘들다. 1970년대 흑인문화에서 만들어진 힙합의 랩은 세속적인이거나 외설적인 가사와 비속어가 섞여 있고, 주제도 범죄나 성차별적인 요소가 간혹 있어 호불호가 있다.

한국에서 1989년 홍서범의 ‘김삿갓’이 나왔을 때 ‘재밌는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랩을 세련되게 가요와 접목하여 한국가요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있었고, 현재는 힙합 장르자체가 주류음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서정적인 가사나 ‘사랑’이 주제인 힙합을 주로 듣다 한 동안 쉬었는데, 청소년을 만나며 다시 듣게 되었다. 범죄, 마약 등이 반항의 축인 듯한 몇몇 미국힙합가수들과 달리 메시지를 담아내는 최근의 한국 힙합은 인상적이다.

나는 많은 상처로 상담을 받으러 온 청소년에게 힙합가수 우원재의 ‘시차’를 보여주며 “네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을까?”라고 하자 그 아이가 위에 언급한 가사에 밑줄을 그었다. 아이는 “모두 위험하다는 시간이 우린 되려 편해”라는 부분에 낙서 하듯 여러 번 밑줄을 긋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볼펜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깊은 침묵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내가 그 친구에게 “많이 힘들었구나.” 라고 건네자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그 어디서도 자신의 진실을 얘기할 수 없었고 이해받지 못했고 이해는커녕 오해를 받거나 때론 비난까지 받았던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친구는 작은 소리로 흐느끼듯 울었고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상처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상담이 끝나고 아이가 돌아간 후 나는 ‘시차’를 들으며 그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얘기를 해주어 고마웠고, 마음 안에 든 보석을 목격해 기뻤고 앞으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갈 그 친구를 생각하니 기대가 크다. 다음 시간에 내가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색깔 없는 과일 누가 먹겠니 / 모양이 같은 게 수백 개면 널 찾겠니 / 다들 똑같앴지 다 생각이 / 굳어있었지 딱딱딱 / 딱 하나 있는 똑똑한 외계인 너였어 / 그런 너라면 뭔들, 너랑 이면 뭐든 할래 / 너의 우주선이 위험해 보여도 난 탈래 / 난 모험심 많은 risk taker with a palette / so i'll fly with you /-빈지노「Life in Colo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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