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장마철로 들어오면서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영향을 미칠까? 글쎄, 모두에게 평등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비조차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비를 맞기는 싫지만 생계를 위해 할 수 없이 비를 피하지 못하고 맞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내에서 안락하게 창밖의 비를 감상하면서도 생계를 이어 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을 생각하니 비도 모두에게 평등하지는 못한 것 같다.

최근 코로나19의 유행이 반년 정도 계속되면서 각 분야에 사상 초유의 막대한 영향을 주며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더욱 비관적인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모두에게 평등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다문화국가에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인종이 코로나19에 더 잘 걸리고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건강 불평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미국 ‘국립소수자보건 및 보건격차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인과 유색인 사이에 감염률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였다.

미국 시카고의 경우 라틴계 미국인은 인구 1만 명 중 1000명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925명이, 기타 유색인종은 86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인 감염자 수는 유색인종 감염자 수의 절반도 안 되는 389명에 불과했다. 사망자 수는 차이가 더 컸다. 1만 명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73명이 사망했지만, 라틴계는 36명, 백인은 22명만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인종에 따라 사망자 발생률이 3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러한 결과는 소수 인종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고 더 밀집한 곳에 거주하는 경향이 있으며 위생 측면에서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구지역 확진자 3671명의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과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을 분석한 국내 연구 결과를 보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가릴 것 없이 소득이 높아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고 한다.

고소득자는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넓고 쾌적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유지할 수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환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곳만 봐도 물류센터, 콜센터, 노인복지시설 등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작은 곳이나 저소득층이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하철을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독감과 비슷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특히 지하철 노선이 적은 수도권 변두리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여러 노선을 많이 거치기 때문에 환승이 많이 필요 없는 지역 주민보다 독감과 같은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감염병은 결코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 걸친 불평등의 문제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혜롭게 이러한 난제를 풀어 낼 ‘신의 한 수’를 찾아 낼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