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단양=목성균기자]  우리나라 식사는 한상에 전부를 차려내는 일습의 공간 전개형이다.

외국처럼 수프가 먼저 나오고 야채와 고기, 후식을 내놓는 것과 다르다.

한상에 국과 밥, 찌개, 각종 반찬을 차리는 우리의 일습인 전개형과 달리 그들은 접시에 담아 개인의 입맛과 취향을 존중한다.

우리는 식사에도 법도와 법칙을 중요시 했다.

집단을 일심동체로 구심(求心)시키는 전통적인 수단으로 한잔 술에 더불어 입을 대는 순배를 하고 한솥밥을 더불어 먹었다.

나눠 마시는 한잔 술이 한국인에게는 술 이상의 뜻이 남겨져 있고 나눠 먹는 한솥밥도 밥 이상의 뜻이 있었다.

한솥밥을 먹고 안 먹고는 한국인에게 큰 뜻을 지녔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 법도 있는 집에서 첩을 들이면 첩에게 한솥밥을 먹이지 않았다.

시앗 솥이란 솥을 따로 둬 밥을 지어 먹였다고 한다.

떠돌이 행상인들이 묵으면 끼니 때 반찬을 줘도 밥만은 내질 않는 풍습도 있다.

이 역시 한솥밥이 갖는 정신이 내포돼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가족을 식구(食口), 식솔(食率)이라 부른 것도 한솥밥이 갖는 정신적 유대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제사를 지내고 조상에게 바쳤던 신주(神酒)를 나눠 마시는 음복(飮福)을 하고 제상에 올렸던 갖가지 음식을 한데 섞어 비빔밥을 나눠 먹는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했다.

우리 선조들은 입춘이 되면 해동과 함께 갓 돋아난 신감채, 달래, 쑥 등 새순을 따 나물로 무쳐 비빔밥을 해먹은 세시민족이었다.

중 3월에 빨간 살코기, 파란미나리, 검은 김, 노란 녹두묵 등 4가지 색을 섞어 밥에 비벼 먹는 탕평채(蕩平菜)는 비빔밥의 뿌리다.

이 탕평채는 정조와 영조 간 사색당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탕평사상을 음식에 구현시킨 것으로 한국적 유형으로 해석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우리에 식생활문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직장인의 점심시간 설문조사에서 2명중 1명 이상이 찌개처럼 다 함께 먹는 메뉴를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어쩔 수 없는 자리라면 새 수저로 덜어 먹는다가 48%,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73.4% 등 기피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혼자식사를 하고 싶다 31.8%, 1인 1쟁반 제공 선택이 42.2%로 혼밥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음식을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먹는 우리나라 식사문화 '딱 한입만∼'이 코로나 이후, 밥상에도 새로운 변화가 빠르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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