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와 집으로 재산을 증식해보겠다는 세력과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은 이 사이에 끼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종부세 양도세 전매금지 등의 무기를 꺼내 들면, 상대는 갭 투자라는 재래식 무기에 새로운 투기지역발굴을 발굴하거나 증여 등의 기술로 맞받아치고 있다.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공언했던 정부 관료의 말도 있었으나 오히려 시장을 이겼던 정부가 있었던가 의문이다. 어느 모로 봐도 정부가 최종승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땅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진실을 마주해 이겨내든 굴복하여 받아들이든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포유류 중에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 그리고 영양과 닮은 누, 가젤 등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이렇게 달리기 상위에 오른 동물은 모두 사냥꾼 아니면 사냥감이다. 사냥에 실패한 사냥꾼이나, 먹이가 된 동물이나 다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결국 이 경쟁은 점점 가속해 상대방을 앞질러 달리기 위한 도구를 더 갖춰간다. 그러나 이렇게 달리는 도구가 개선되고 발전된다고 해서 앞지르기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 역시 도구를 개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끝없는 경쟁이 끝나서 서로가 균형을 이루는 시기는, 한 개체가 도구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봐야 얻는 이득이 별로 없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사냥꾼과 사냥감이 마주 앉아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치열한 경쟁만이 존재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지상최대의 쇼'에서 참조) 우리는 마치 이 동물의 치열한 생존경쟁처럼 벌어지는 현실의 부동산 투기와 규제의 광풍 속에 끼여 살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소시민은 부족한 자신의 능력을 한탄하며 어정쩡하게 끼어있다.

곰에게 쫓기는 두 친구에 대한 웃픈 농담이 있다. 곰에게서 달아나던 두 친구 중 하나가 다른 친구에게 우리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곰보다 빠를 수 없다며 포기하자고 말했다. 이에 다른 친구는 곰보다 빨리 도망치려는 게 아니라 너보다 빨리 달아나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다. 농담처럼 결국 마지막으로 처져 세상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투기꾼이 아니 평범한 사람의 마음도 조급하게 하고 있다. 

야구경기장에서 경기를 볼 때 기본적으로 모두 앉아서 경기를 보게 된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발생해 누군가가 일어서서 경기를 보게 되면 그 뒷사람도 일어서게 된다. 결국은 관람석의 모든 사람이 서 있게 되고, 모두가 불편한 상태로 경기를 보게 된다. 일어서 있다고 별다른 더 멋진 경기를 보는 것도 아니다. 주거가 투기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불안감에 시달리며, 단지 주거만을 위한 비용으로는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며 피곤한 날들을 보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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