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 12월 퇴직한 친구가 그 동안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선물을 주려고 집을 멋지게 리모델링했다. 그 덕분에 친구가 소장하고 있던 책을 다 가져가라 하여 달려가서 몇 자루를 가져왔다. 책들은 거의 30여 년 전에 출간된 책들로 글씨도 작고 누렇게 변한 책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중 '소설동의보감' 이 눈길을 확 잡았다.  

보고 싶었던 책이라 가져오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해 하루에 한권씩 3일 동안에 읽어 버렸다. 오랜만에 책속에 푹 빠진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래전 보았던 TV드라마 '허준' 과 겹쳐지면서 감동 속에 읽었다.이 책은 다 알다시피 역사적인 인물인 의관 허준의 일대기를 소설로 기록한 내용이다. 천출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의 삶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과 끈기가 그를 어의까지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제를 이용해 민초들의 병을 치료 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선조가 의주로 피난 떠날 때, 허준은 의원들에게 혜민서에 있는 처방전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모두들 먼 피난길에 가져갈 수 없다며 그대로 떠나고 만다. 그러나 허준은 급히 처방전을 챙겨 피난길을 뒤따라간다. 그렇게 지고 간 처방전이 국보로 보관중인 동의보감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모두가 왕을 모시는 어의나 왕자들을 모시는 보직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지만 허준은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혜민서에서 돈 없는 백성들을 정성껏 치료 하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다. 그러한 경험과 실력이 광해군의 천연두를 고침으로 신임을 얻게 되어 동의보감을 집필 할 수 있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동의보감은 1610년에 완성되어 오늘의 국보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무지한 백성들을 위해 한문이 아닌 한글을 이용하여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 했다고 한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국립중앙 박물관에 보관중인 국보 319-1호로 지정된 동의보감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25권 모두 보존 상태가 좋았는데 내용 중에는 백두옹(白頭翁)을 할미꽃으로, 두견화(杜鵑花)를 진달래로 기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허준은 의사고시 보러 가는 중에도 민초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치료해 주려다가 늦어서 시험도 못 본적도 있다. 의관 허준이 바라는 삶은 아픈 백성의 수명을 늘이고 병에 안 걸리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국산 약을 쉽게 널리 쓸 수 있도록 시골사람들이 부르고 있는 약초이름을 적었다고 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고 위기가 기회를 만든다고 했다. 임진왜란과 역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 때 한 생명이라도 건지려는 허준 의 위대한 집념이, 의학의 근간이 된 동쪽의 의학서적 동의보감을 남겼으니 얼마나 위대한일인가. 지금 비록 코로나로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있지만, 이런 위기는 더 높이뛰기 위한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우린 낮선 세상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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