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충청일보 박보겸 기자] 지난 3일 정오 시간 당 85㎜의 기록적 강우로 충남 천안지역에 폭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천안시체육회가 이날 오후 5시 고사(告祀)를 지내 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천안시체육회는 그동안 인사채용비리, 성희롱 사건, 회장 재선거 등으로 인해 불명예 단체로 시민들 사이에 낙인이 찍힌 가운데 이날 고사로 천안시체육회가 사려깊지 못했다는 비난 자초와 이미지에 먹칠을 또 하게 됐다.

이날 천안지역은 동남구청 인근에 재난상황에 준하는 시간 당 85㎜의 강수량을 보였고, 도시 곳곳의 기능이 마비가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모든 지하차도는 통행제한이 이루어졌고, 오후부터는 도심 주요 하천이 범람 위기에 놓였다.

성환읍, 병천면, 수신면, 풍세면, 성정1동, 봉명동, 원성2동 등 7개 지역 주민들이 천안축구센터, 홍대용과학관, 인근지역 숙박시설 등으로 긴급대피하기까지 했다. 

재난수준의 상황에서도 천안시체육회는 지난 29일부터 예고했던 체육회 사무국 리모델링 완료 및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고사를 강행했다. 

천안시체육회는 고사를 위해 부회장 7명과 상임고문 3명, 이사 49명 등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나, 이날 상당수 임원진들은 각자의 생업현장에서 비 피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고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에는 체육회 직원 및 일부 임원진 등 30여 명이 참석했고, 고사 참석자 중 일부는 모처에서 식사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돈 시장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으나 박 시장은 수해상황 점검을 이유로 불참했고, 박 시장은 오후 2시부터 수해현장을 둘러본 후 5시 천안시청 복귀 후 상황실을 지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천안시 산하 공무원들은 오후 11시까지 비상근무에 투입돼 대조를 이뤘다.

천안시체육회는 천안시로부터 연간 운영지원 13억4000만원, 시민체전 9억원, 심판강습비 등 9억3000여 만원, 지도자 임금 6억원 등 4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시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 직원들끼리 한 것이고 외부 초청은 거의 없었다”며 “준비를 했던 것을 연기하기 번거로워 고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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