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무엇인가?” 하는 넌센스 퀴즈가 있다. 넌센스 퀴즈인 만큼 그 답은 다름 아닌 ‘눈꺼풀’이다. 잠이 쏟아질 때 눈꺼풀만큼 무거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이 우스갯소리를 들으면서 갑자기 ‘무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의지를 다해도 잠을 깰 수 없는 느낌을 ‘무게’로 설명한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

우리 주변에서 이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 볼 때 ‘말의 무게’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말의 무게란 무엇인가? 그것은 눈꺼풀의 무게만큼 기본적인 감각이나 생각을 넘어서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무게이다.

일반적으로 무게란 중력의 작용으로 느껴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력에 의해 강하게 당겨지는 것은 무겁다고 표현을 하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을 가볍다고 표현한다. 그럼 우리가 하는 말은 중력의 작용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가?

사실 말은 ‘소리’이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물리적으로 따져보면 말은 무게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말의 무게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그것은 마치 눈꺼풀의 무게와 같이 현상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혹은 의미론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대부분의 분들은 아마도 ‘말의 무게’가 곧 ‘중요성’에 관한 은유임을 눈치 챌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은유이다. 하지만 은유의 진짜 장점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또 해석의 관점에 따라서 그 대상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의 무게는 분명 말의 중요성에 관한 의미이지만 또한 그 은유는 또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필자는 이 말의 무게에 대해 단순히 말이 가진 중요성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책임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말의 중요성이라는 해석은 ‘말’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이던지 간에 이미 선포된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말의 책임’이라고 해석하면 그 중심은 ‘말’ 그 자체에서 그 말을 내뱉은 화자로 바꿀 수 있다. 말은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스스로 책임질 수 없다. 책임은 오직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다.

그러니 말의 책임이라는 관점은 곧 말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그 말을 누군가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는 곧 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와 같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참된 사랑’이 빠진 모든 선한 말과 행동을 그저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고 표현한다. 소리는 요란할지 모르지만 진심은 찾을 수가 없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말하는 화자가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말은 곧 울리는 꽹과리와 같이 그저 소음에 불과한 것이다.

온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서 여러 문제들을 겪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에 관계의 문제, 경제의 문제, 학업의 문제, 취업의 문제 등 거의 모든 삶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순간에 문제를 해결할 묘책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이 얽혀버린 실타래와 같은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한 말의 무게, 즉 스스로 책임을 지려고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말의 책임, 즉 말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 사회는 복잡한 문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는 회복시킬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만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힘을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 눈 앞에 있는 거대한 문제는 그에 걸맞은 아주 훌륭한 계획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실천, 혹은 아주 작은 변화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그동안 우리가 놓쳐왔던 삶의 습관, 바로 말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스스로 감당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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