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충주 엄정면 이재민들
341㎜ 폭우에 주택 붕괴
주변 논밭 침수돼 '섬'으로
마음 추스릴 여유도 없이
온종일 복구작업 비지땀

▲ 4일 충주시 엄정면 논강리 논동마을회관에서 새마을회 회원들이 벽을 뚫고 들어온 토사와 망가진 집기를 들어내고 있다.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져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2일 충북 충주에서 가장 많은 341㎜의 폭우가 휩쓸고 간 엄정면의 논강리 논동마을회관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회관은 주방 벽을 뚫고 들어온 토사와 돌덩이가 실내 전체에 발목까지 쌓여 푹푹 빠지는 진창을 이룬 가운데, 복구 지원을 나온 충주시새마을회 회원들이 연신 펄을 퍼내고 있었다.

김태성 논동마을 노인회장(75)은 "2일 새벽 2시부터 불과 서너 시간 내린 비가 이 지경을 만들었다"면서 "토사가 순식간에 벽을 뚫고 들어와 손쓸 틈도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며 허탈해했다.

그날 새벽 회관 뒤 빌미산 계곡 논동천을 타고 들이닥친 물이 주변 논밭을 모조리 집어삼키면서 회관은 마치 거대한 운동장 위에 떠 있는 섬 같았다.

평소 실개천 정도였던 물골은 뿌리째 뽑힌 나무와 돌, 놀이터 시설 등에 막히며 범람해 담배밭 위로 새 물길을 냈고, 좀 더 상류쪽에는 2층집이 지반을 파먹힌 채 기우뚱하게 서있다.

오순도순 지내던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황망한 마음을 추스릴 틈도 없이 복구작업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옆 마을 미내리 미곡마을회관에는 수해를 입은 2가구 주민 8명이 비가 그쳤을 때 조금이라도 복구작업을 해야 한다며 모두 피해현장에 달려가 있었다.

또 율능리 율리마을회관에는 2일 새벽 대피한 주민들이 길이 끊기면서 이틀째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조숙자씨(80)는 "집에 있는데 갑자기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담장이 무너져내렸다. 겨우 대피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한다"며 울먹였다.

회관 바로 옆에는 벌겋게 맨살을 드러낸 마을 뒷산에서 들이닥친 토사가 주택 담장이며 깨밭, 축대를 무너뜨려 쑥대밭을 만들었다.

심재남씨(77) 집 마당에서는 휴가를 내고 복구작업을 위해 모인 아들과 사위가 비오듯 흐르는 땀을 훔치며 무릎까지 덮힌 토사를 네 트럭째 퍼내고 있었다. 심씨는 "경운기가 물길을 막으면서 집안으로 진흙과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면서도 "단체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왔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와주라며 돌려보냈다"고 오히려 이웃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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