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민주주의는 '합의와 절충'에서 나온다. '합의와 절충' 없는 일방적 독주는 무리수를 낳는다. 합의(合意)는 둘 이상의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함을 말한다. 합의(合議)는 두 사람 이상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의논함을 말한다. 절충(折衷)은 서로 다른 사물이나 의견, 관점 따위를 알맞게 조절하여 서로 잘 어울리게 함을 말한다. 심리 대립하는 둘 이상의 욕구를 하나의 행동으로서 불완전하나마 동시에 만족시키려고 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절충주의(折衷主義)는 법률이 대립하는 둘 이상의 법 학설에서 장점을 취하여 절충하는 태도를 말한다. 

 한국 헌정사에서 대통령 권력 독주에 대한 견제의 역사를 보면 대통령이 국회를 파트너로 안 여겨왔다. '상임위 독식' 헌정사 관점서 보면 거대여당 폭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회를 파트너로 안 여겼고 여(與)는 대통령 권력 유지 도구화 돼왔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안 변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憲政史)는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견제할 것인가가 최대 과제였다.' 이것도 안변하고 있다.  1948년 헌법 제정 이래 1987년까지 9번의 개정을 거친 한국 헌정사를 정치적, 헌법적, 제도적으로 분석해 볼 때 헌정사는 더 커지려는 대통령 권력의 정상화 시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헌정사라는 장기 변동에서 중요한 쟁점인 대통령제의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헌정사의 관점에서 볼 때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위원장직 등 국회 상임위원장 18개를 다 차지한 것은 '거대 여당의 폭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아주 작은 '상원(上院)' 역할을 하던 법사위 위원장의 야당 몫은 1987년 이후 관행으로 형성된 정치세력 간의 협약인데 그걸 깬 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여(與)는 대통령 권력 유지를 위해 도구화되고, 국회와 타협하기보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87년 체제'가 30년 넘게 지속되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노태우, 김영삼(YS), 김대중(DJ) 세 분이 개헌을 했는데 대통령 직선제는 성취했지만 제왕적인 대통령 권한은 그대로 뒀다. 사사오입 개헌, 5·16, 10월 유신, 긴급조치, 5·17, 광주까지 헌정사는 거칠었다.

헌정사의 길 위에서 배우고 반성하고 깨닫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라 데 공감한다. 헌정의 문제는 '헌정에 대한 국민의 지식과 성찰이 중요한 것이라는데'에도 공감한다. 개헌의 '끝점'을 의원내각제라고 보지만 남북대치상태에서 서서히 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데도 공감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자립적인 중산계층, 타협적인 정당은 민주주의의 조건이었다. 이점을 간과해서 안 된다고 본다. 
 
미국의 민주정치는 천재보다 평범한 개인에게 호소하는 정치다. 미국 민주주의의 길은 영웅적인 윤리가 아니라 평화로운 습관을 증진시키는데 있다. 미국 민주주의는 범죄를 저지르기보다는 차라리 불편을 감수한다. 민주주의에서는 고매한 행위들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범법행위도 줄어든다. 민주주의는 합의와 절충, 견제와 균형의 가치에서 나온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작금의 임대3법과 권력구조개편 등을 보면서 합의와 절충, 견제와 균형의 가치가 살아있는지 아쉬움이 앞선다. 국회가 행정부의 통법부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미, 영, 독 등의 3권 분립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가 되길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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