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란건양대교수

지난 7월 1월부터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대학 사회는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오랜 진통끝에 2006년 11월 30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2007년 7월부터 법이 발효돼 올 같은달 처음 적용됐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은 이 보호법에 따라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제 위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비정규직보호법을 1년 6개월 정도 유예하자는 수정 법안을 제안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법 시행을 미루면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 있다고 반대했으며, 우려했던 해고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예도 있으나 해고된 숫자에 비하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며, 그것마저도 통계상의 수치이며 실제 해고된 사람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대학에서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시간 강사들의 재임용 문제가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큰 진통을 겪고 있다. 4학기 이상 연속 출강한 외래 교수들에게 더 이상 강의를 맡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국책 연구기관에서 석ㆍ박사급의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대량 해고됐지만,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교육을 고려해 유예안이 통과되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부분 대학의 외래 교수 비율은 50% 내외로서, 비정규직보호법은 대학으로서는 난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7년 7월 1일 이후에 계약한 외래 교수는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많은 숫자의 외래 교수들을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2년 이상 대학에 출강·경험이 풍부한 외래 교수에게 다음 학기 강의를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을 대신할 강사와 학과에 따라 전공에 적합한 강사를 모셔오기도 힘든 실정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받아 갈팡질팡하는 외래 교수들의 사정을 볼 때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번 법 시행에 있어서 박사학위 소지자, 공인회계사 등 전문분야 자격증 소지자, 55세 이상인 자, 석사학위 소지자 중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전문직 특례에 해당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최근 외래 교수의 1시간 수업은 강의 준비 시간까지 감안해 3시간의 노동에 해당된다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어, 법 적용을 엄격히 할 경우 박사학위가 없는 외래 교수는 그나마 강의를 4시간 이상 줄 수 없는 형편이 된다.

이러한 혼란에 대해 정부나 교과부에서는 어떠한 기준도 내려주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비정규직보호법 수정안이 무산됨에 따라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학의 외래 교수나 연구기관의 연구원의 경우 단순 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교육자를 과연 노동자로 간주해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새로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실제적이고 합리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두루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