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육을 왜 받고 있는가? 그 목적에 대해 소크라테스는'무지의 자각', 즉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깨우쳐 스스로 학습하도록 한 것이라 했고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명언을 통해 인간 본질의 순수함을 되찾고 자연에 순응할 수 있는 자연인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자의 '敎育'은 「맹자(孟子)」의 '得天下英才而敎育之' 즉 '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하다'란 글에서 비롯되었고 영어의 'education', 독일어의 'erziehung', 프랑스어의 'ducation'은 다 같이 라틴어의 'educatio'에서 유래된 것으로 '빼낸다'는 의미와 '끌어올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내부적 능력을 개발시키고 미숙한 상태를 성숙한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어원상으로 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의 의미는 '더 나은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길러준다'는 것으로 통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가장 근간이 되고 있는 교육기본법에도 이와 같은 어원의 근본 의미를 담아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렇듯 동서고금이나 현행 법령을 보더라도 교육의 본질은 참다운 인간의 본성을 찾아 가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교육 실태는 어떠한가? 교육의 본질이나 본연의 목적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고 오로지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에 대한 관심만 증폭되어 있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사교육이 불황에 빠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서민 경제에 가장 큰 고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교육비를 줄여 국가 경제를 건실하게 하고 서민의 고충을 덜어 준다는 의미에서 사교육 경감 대책은 당연하고 올바른 정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의 모든 관심이 사교육비 경감으로만 지나치게 쏠려 있는 현 상황은 교육의 본질을 너무나도 소홀이 다룬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나친 현실 위주의 정책에 매달리게 되면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하나 하나에 매달리는 형국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이러한 현실 위주의 교육정책은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들어서면서 두드러지게 강조되어지고 있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완전학습, 탐구학습, 열린학습, ict 활용 학습 등 교육의 본질을 다루려는 이슈들이 교육정책의 핵심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이후에는 엄청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기 위한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다. 외관상으로 보면 사이버교육과 방과 후 학교 등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원하는 교육을 무상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아주 훌륭한 정책으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교육 성과나 학생들의 참여율 그리고 학부모들의 인식은 투자한 예산이나 노력에 비해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정책의 기본 목적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효과적인 교육방법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 정책이 우리나라의 교육 풍조를 주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사교육의 뒤를 쫒는 기이한 형태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원을 선택하지 않도록 학원의 유명 강사를 섭외해 수능 강의 방송을 제작하거나 아예 학교로 끌어들여 방과 후 수업을 맡기고 있고 사교육을 적게 받도록 바뀐지 얼마 안되는 교육과정과 대학입시를 또다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정책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나 본연의 목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교육이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시키고 경제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겠지만 정치적인 논리에 의한 지나친 집착이 오히려 교육의 주도권을 사교육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낳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 그리고 이제는 정치적인 논리보다는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며 보다 의연한 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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