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공연장과 전시장

청주예술의 전당의 공연장과 전시장의 예약은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두 번 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하는 날짜에 공연장이나 전시장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는데, 요즈음은 그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단 예약을 받고 단체 간 대화를 통해서 조정을 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연장과 전시장 사정으로 원하는 날짜에 전시나 공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전시단체는 전시장을 대관하지 못하여 힘들여 창작한 작품을 희미한 조명,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벽면, 시끄러운 주변 환경 등 전시시설이 열악한 공공기관의 복도나 야외에서 전시하기도 하고, 공연 단체 중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을 들여 만든 공연작품을 100석 안팎의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공연연습장이 없어 학교강당, 복지시설, 종교시설 등을 이용하다가 소음으로 인하여 주민의 신고로 쫓겨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리 밑에서 연습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각 예술단체에서 학생, 장애인, 다문화 가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좋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해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교육장이 없어 포기하는 일도 많다.

충북에는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1,200석 내외의 공연장은 청주예술의전당, 충북학생교육문화원, 공군사관학교 공연장 등 세 곳이 있고, 시·군의 시민회관, 문화예술회관, 복지회관, 군민회관 등에서는 500석 내외의중극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작년에 개관한 음성문화예술회관을 제외하고는 조명, 무대장치, 음향 등 무대시설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소극장은 연극단체들이 자체운영하고 있는 너름새, 씨어터j, 문, 새벽 등이 있다.

작품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서 공연장의 크기는 달라져야 한다. 대극장에서의 공연은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연에 적합하고, 100석 안팎의 소극장에서의 공연은 시각적, 공간적으로는 무대 활용이 용이하지만 무대미술, 조명, 연출의 효과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극장과 소극장의 중간인 중극장은 비용적인 제약을 덜 받고 다양한 무대미술, 조명의 효과로 관객과 쉽게 호흡할 수 있어 국악, 무용, 연극, 음악 등 공연예술인들은 중극장을 선호하고 있지만 충청북도에는 시설을 제대로 갖춘 중극장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전시장도 각 시군에 1~2개의 전시장이 있고, 청주에는 예술의 전당, 문화관, 창작스튜디오, 도서관, 박물관 등에 공공 전시장이 있지만 예술의 전당 전시실, 창작스튜디오, 청원군의 대청호미술관를 제외하고는 전시장의 여건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대관하기가 어렵다. 사설미술관은 몇 개 있는데 시설은 다소 갖추어져 있다하지만 크기가 작고 접근성도 떨어지고 상업성으로 인하여 일반 예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버겁다.

따라서 제대로 시설을 갖춘 중극장 정도의 공연장, 야외공연장, 다양한 크기의 전시장, 예술인과 일반인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연습공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공간, 휴게실, 자료실 등을 두루 갖춘 복합문화예술 센터의 건립이 도지사의 선거 공약이 아니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 꼭 필요하다.

예술인들은 자신의 창작품을 마음껏 펼치고, 도민들은 언제나 편하게 예술문화의 향수를 누릴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주어져야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높아져 진정한 문화선진도 충북의 위상이 높아 질 것이다.

▲ 문상욱
충북예총 회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