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도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교수
국가균형발전을 취지로 추진 중인 행복도시 세종시는 행복하지 않다. 최근 충청도 출신인 정 총리 내정자의 세종시 원안 수정 추진 발언으로 더욱 그러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종시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도 점차 격앙되고 있다. 얼마 전 자유선진당은 '행정도시 변질음모 규탄대회'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세종시 원안 축소 논쟁과 관련해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기군민회관에서 열린 '행정도시 위기와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이상민 의원은 "세종시 수정 발언을 한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자신이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을 팔아먹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정부에 대한 정치권의 강경한 불신의 목소리만으로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 모범도시로의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름에 어울리는 모양새

필자는 세종시와 관련된 정치권 뉴스를 보다가, 자족도시로서의 세종시라는 목표에 호응하는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먼저 행복도시건설청 사이트에 들어가 행복도시의 미래상 자료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주거환경, 문화복지, 교육, 교통, 공원녹지, 환경, 정보화 등의 섹션으로 보여주는 백화점식의 자료들과 추진일정에서 보이는 중앙행정기관들의 이전 계획 외에 행복도시만의 또 다른 색깔을 찾기 어려웠다. 즉 미래 도시는 그 도시의 이름에 연동되는 테마성을 중심으로 자족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했기에, 백화점식의 자료들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만을 느꼈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인 도시 조성 계획과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을 넘어 한글을 창제한 세종의 이름에 걸맞는 도시 브랜드의 실속을 확보하면서 세계적인 한글 열풍의 메카라는 새로운 지역성과 역사성을 창조해 나갔으면 했는데, 이런 시각을 찾아 볼 수 없어 몹시 안타까웠던 것이다.

'한글' 도시테마 어떨까?

새롭게 조성된 세종로의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 설 예정이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앞장서고 그 뒤를 세종대왕이 든든하게 자리하는 광화문 광장은 세종문화회관과 어우러지면서 세종로라는 거리 이름에 어울리는 모양새를 온전히 갖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5년까지 정부 부처가 이주할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시명(市名)을 가진 세종시는 어떠한가? 세종대왕과 관련된 연결고리를 도시건설계획에 반영해서 시명에 어울리는 자족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하면, 정치적 파워 게임을 도외시한 낭만적 발상일까? 물론 시명을 공모로 작명하였기에 세종대왕과의 지역적 연관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세종대왕을 기린다는 취지로 선정된 시명에 주목하여 이를 도시 브랜드의 핵심으로 고양시키면서 세계적인 도시 건설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한류 문화콘텐츠산업의 영향으로 한글에 대한 호감도의 세계적 증가세와 한글 자체의 문자 우수성에 대한 평가와 활용의 사례는 세종이라는 시명을 가진 도시에게는 매우 유익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금 한글과 연계된 세종이란 시명의 도시 브랜드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화산업적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부는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2011년까지 세계 각국에 100개의 '한글학당'을 개설하는 '한(韓) 스타일'의 세계적 브랜드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의욕적인 한글 세계화 추진 계획에 따라, 한국의 영어마을처럼 중국과 동남아에선 한글마을의 열풍이 일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토착어 보존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이 한글을 사용한다는 '한글섬'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이는 한글 교육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등의 한글 디자인 상품개발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글의 글자 조형성은 새로운 디자인 콘텐츠로서의 세계적 잠재력을 다분히 가졌다. 그리고 1997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은 인류의 정신적 가치를 고양하는 콘텐츠 개발 원천으로서의 가능성도 가진다. 이러한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한글은 우리가 잠재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기도 전에 세계로부터 그 가능성을 이미 인정받아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민족 최고의 문화자산인 한글의 중심에 위치한 세종대왕 이미지를 도시건설의 테마성으로 부여해 나갈 때 행복도시 경쟁력은 독특한 입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단순한 지적인 이 부분에 세종시 건설에 참여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무 관계자들은 새삼 초점을 맞추길 기대한다.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치열한 이참에 세종대왕의 한글을 도시 건설 방향의 주류 테마로 신선하게 수혈해 보면 어떨까? 이제 근시안적 논쟁의 혼잡함에서 빠져나와 마음을 가다듬고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세종시 창조, 이 미답의 갈림길에서 세종시로 가는 행복한 길 찾기를 진화된 관점으로 시도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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