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할 존재 아니다

컴퓨터가 가가호호 보급되고, 국가간 it·bt·ct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첨단의술로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고, 최첨단 과학기술로 우주여행을 하는 요즘 조선시대에나 있을법한 촌극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다름 아닌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을 경고하며 대응하는 정부와 언론, 대중사회의 저급한 태도는 마치 미신을 쫓는 구시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원칙적인 대응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우리사회는 미신과 과학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사회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종플루는 이름만 '신종'이지 사실 가장 구형에 속하는 바이러스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항원단백질인 h와 n의 종류에 따라 여러 아류 형태(서브타입)로 나뉜다. h의 경우 9종(h1~h9), n의 경우 15종(n1~n15)으로 나뉜다. 발견된 순서로 숫자를 붙이니까 신종플루의 h1n1은 가장 오래된 유형인 셈이다. 가령 1918년 세계적으로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h1n1형, 57년 아시아 독감은 h2n2형, 68년 홍콩독감은 h3n2형, 97년 인체감염을 시작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h5n1형이다.
신종플루의 전염속도와 위험성은 어느 정도일까. 마치 신종플루에 지구촌 인구 3분의 1이 걸리고 이 중 상당수가 사망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위험성과 영향력이 미미하다. 평소에 체력관리를 잘 하고 꼼꼼하게 위생관리를 해 온 사람이라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종플루가 코끝을 스쳐갈 수 있으며 일반 독감보다도 더 빨리 완쾌될 수 있다.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 그리고 이런저런 합병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신종플루에 걸리면 생명의 위험이 있겠지만 이 또한 일반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시로 손을 씻고,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며, 깨끗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사람에게는 전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신종플루 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언론에서는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 보도하고 있으며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국의 축제를 폐지 또는 연기하라는 지침에 일 년 내내 준비해 온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이 때문에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열흘 만에 지침을 번복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고 행정기관과 교육현장, 그리고 시민사회가 어수선하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홍보하고 53개국에서 3천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지구촌 공예축제를 위해 시설공사와 작품 디스플레이 등 완벽한 행사준비를 마쳤다. 무엇보다도 99년부터 시작한 공예비엔날레는 지난 10년의 역사와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국제사회의 약속과 청주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마땅히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시민사회의 역량과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조직위에서는 열감지기와 손소독기를 설치하고 보건의료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신종플루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보다 더 심각한 세계 어려나라의 경우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해외 작가들의 경우도 참여를 취소한 사례가 전혀 없어 신종플루에 덜덜 떨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신종플루는 미신이 아니다. 과학으로 극복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일이지 선동과 강요, 불안과 불신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니, 다시 평상심을 되찾자.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가을 하늘 아래에서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함께 사랑과 감동, 추억과 미래의 꿈을 만들어 보자. 세계 공예인의 매혹적인 작품을 관람하고 공연이벤트를 즐기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아름다운 공예이야기를 찾아 여행하자.


▲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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