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수 천안 주재기자

지난 총선 때 민주당 천안 을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한 후보가 뜬금없이 천안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천안과 아산의 통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80.5%의 응답자가 찬성을 한다고 발표를 했다.
당시에는 국회의원 후보가 표 얻을 소리나 하지 아산시민들한테 욕먹을 짓이나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시간이 흘러 지나다 보니 그 후보가 천안과 아산의 통합문제를 예견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 최초 주민발의로 지난달 21일 (사)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가 천안시민 4681명(천안지역 유권자 40만 명의 1%가 요건)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천안·아산지역 통합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했다.
(사)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는 여론기관인 타임 리서치에 의뢰해 천안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6%가 통합에 찬성의사를 표시했다고 발표했다.
천안시의회(의장 유평위)도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9세 이상 천안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천안과 아산의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의 77.2%가 통합을 원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통합을 찬성하는 시민들은 그 이유로 지역경제 발전, 행정효율화, 주민편의시설 및 문화서비스의 증대,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지역간의 통합에 있어서 안타까운 점은 천안만 뜨겁지 아산시는 냉담하다는 것이다.
예쁜 처자의 손목이라도 잡아보려는 총각의 안타까운 마음을 외면한 채 얄밉게 거부하는 일종의 짝사랑 분위기가 지금의 형국이다.
통합에 대해 간단히 표현하자면 비틀스의 노래인 ‘멀고도 구불구불한 길(the long and winding road)’인 셈이다.
아산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통합반대운동을 결의하고 있고, '지는' 천안시가 '뜨는' 아산시와 통합하려한다는 뉘앙스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들려오고 있다.
ktx천안아산역명으로 불거진 두 도시간의 감정의 골이 천안·아산 통합이라는 사안을 맞으면서 그 골의 깊이가 더해갈 조짐이다.
당시에 정치적인 힘의 논리로 역명이 그렇게 결정됐다며 피해의식과 패배의식이 아산지역에 생겨났다.
그런 와중에 행정구역 통합이 천안지역에서 목소리가 커지면서 점령군 같이 천안이 아산을 흡수,통합하려한다는 의식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천안시의회 유평위 의장은 통합과 관련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힘의 논리가 주도해서는 안 되며, 기득권층의 자리다툼이나 막연한 피해의식을 앞세운 무조건적인 반대도 지양돼야 한다”며 “정치적인 속셈으로 민의를 무시하고 방관하지 말 것”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사)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가 주관한 천안·아산대통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두 도시 주민들의 의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싫든 좋든 이미 통합이라는 문제는 제기가 됐고, 통합의 주체는 두 지역 시민들이다.
염려스러운 것인 두 도시는 이웃집이 싫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이웃사촌들로 이 일로 등을 돌리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였던 ‘대화가 필요해’라는 제목이 이 대목에서 두 도시간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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