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 주위 말굽쇠 모양 철사를 박아 만듦

벼, 보리, 콩, 팥 등의 곡물을 우리가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곡의 껍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탈곡이라 한다. 따라서 선조들은 탈곡에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그네, 도리깨, 탈곡기 등이 있다.

탈곡 도구 중 그네와 도리깨 같은 것들은 탈곡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더 많은 양의 곡식을 짧은 시간 내에 탈곡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 탈곡기, 즉 인력 탈곡기이다.

인력탈곡기는 원통 주위에 말굽쇠 모양으로 구부린 철사(급치)를 촘촘히 박혀 있다. 지름이 40∼50㎝ 되는 원통(급동)을 빠를 속도로 회전시키고 여기에 곡식의 이삭을 먹이면 빠른 급치(扱齒)가 이삭을 때리거나 훑어서 알곡을 떨어낸다. 급동의 회전력은 사람이 발로 밟는 힘을 이용하는데, 크랭크 기구를 이용하여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하고 회전속도는 치차를 이용하여 증속한다. 이 회전력으로 원통(급동)을 돌려 탈곡을 하게 된다.

탈곡기의 급동아래로 떨어진 낟알이나 지푸라기 등은 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에 의하여 무거운 낟알은 아래쪽의 이송장치에 떨어져 곡물만 모아져 옮겨지고, 가볍거나 불완전한 낟알과 검불 등은 밖으로 날려보내게 된다.

1900년대 초기에 도입된 연장으로 보통 한사람이 볏단을 준비하고 두 사람이 탈곡기를 밟으면서 볏단을 먹이는데 앞사람이 애벌떨이를 하고 다음사람이 볏단을 받아 마저 떤다. 그러나 일할 사람이 적거나 탈곡할 양이 많지 않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세 사람이 하루 40여 가마의 벼를 탈곡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 연장을 '회전식 도급기(稻扱器)'라고 불렀으나 뒤에 발로 밟는 탈곡기라는 의미로 '족답식 탈곡기'라고 했다. 그리고 농가에서는 통이 구른다고 해서 '궁글통', 탈곡기가 돌아갈 때 나는 소리를 따서 '와랑' 또는 '호롱구'라 부르기도 했다.

이 탈곡기는 힘이 많이 들고, 낟알과 검불이 정확히 선별되지 않아 별도의 선별 작업을 해야 하며 낟알의 손실이 많은 단점이 있다. 요즘의 기계화된 탈곡기는 이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전체의 탈곡 과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기본 원리는 인력 탈곡기와 같다.인력탈곡기가 회전동력을 이용한 동력탈곡기로 발전한 것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