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시대의 폐해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신종인플루엔자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 의 보고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전 세계에 감염된 사람이 34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4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만 오천명 이상의 국민이 이미 감염되었고 사망한 사람도 11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학교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선생님들이 체온계를 가지고 등교하는 학생을 일일이 체크하고, 가정에서도 외출을 하고 돌아올 때에는 반드시 손을 씻게 하고, 회사나 관공서 등에서도 손 세정제를 비치하여 방문하는 사람이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한편 최근 또 하나의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그것은 소위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성폭행 사건이다. 뉴스를 통해 범행의 잔혹성과 범인의 파렴치함이 소개되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심지어 대통령께서도 이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시는 등 범인의 행각이 매우 엽기적이었다. 그런데 온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범죄자가 범죄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오히려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오히려 협박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데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정신의학에서는 성격장애자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최근 이러한 성격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을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간 길러준 양모를 유산 때문에 살해한 아들과 갓 태어난 영아를 살해한 비정한 엄마 등등 마치 전염병처럼 전염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대체로 성격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신체적 학대 및 무관심과 같은 성장 과정,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유년기의 정서적 충격, 가정환경 내에서 대화 및 유대감 부족으로 인한 부적절한 환경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나 성인 초기에 발병하여 시간이 지나도 잘 낫지 않고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없다는 것이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이것은 최근 정보화나 세계화란 미명아래 수단인 기술이나 물질을 인격이나 인간관계보다 우위에 둔 결과 오늘날과 같은 정신병, 신경증, 청소년비행, 그리고 사회 부조리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거나, 기술이 좋더라도 사람이 바로 되지 못하면 오히려 공부나 기술이 없느니보다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청소년 문제에서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고 또한 유용하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성격장애나 정신질환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한편 어른보다 훨씬 짧은 시간,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병원도 필요하겠지만 실은 성격장애나 정신병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아동?청소년 상담기관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경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 지역에 청소년 상담기관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道 이다. 이것은 부모가 외지에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많고, 소외계층이 많아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신체적 위생 뿐 아니라 정신 위생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정신 위생을 통해 새로운 도덕, 양심, 가치관을 심어 주고,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와 매년 심리적 고통으로 인한 자살, 왕따와 같은 학교폭력, 성격장애로 인한 살인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를 비교할 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닌가 한다.

▲ 김동준
충북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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