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편입이 갖는 의미와 우리의 위상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가 공인했다는 의미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20 정상회의 개최는 소박하게 말한다면 '현재 지구상에 있는 237개 국가 중 20위 안에 들었다'는 뜻이며 조금 전문적으로 표현한다면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g20 편입으로 우리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주장을 100% 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불리한 것들은 최소한 사전에는 막아낼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협상테이블에서 무게 중심을 우리 쪽 가까이 당겨놓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 식자들이 g20에 포함된 것을 '우리 현대사의 새로운 성취'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 일로 우리가 마치 선진국이 된 것처럼 마냥 들떠있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g20 포함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덕에 밥은 먹고 살게 됐다는 것일 뿐 이보다 훨씬 소중한 국격(國格)까지 g20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생각해본다면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한심하고 창피한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첫째가 정치다. 얼마 전 미국의 정치ㆍ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우리 국회를 세계에서 첫 번째로 질서 없는 의회로 꼽았다. 국회의원들의 무질서하고 품위 없는 언행과 폭력이 이런 창피를 가져온 것이다.

다음은 권력형 비리다. 걸핏하면 터지는 대형비리에는 대통령 가족까지 연루되고 결국에는 그 비리가 건실한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고 국고를 축내며 국론을 분열시키기까지 하는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을 수는 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이 우리 국격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요소일 것이다. 버스전용차선 무시, 쓰레기 분리수거 무시, 새치기, 음주소란, 공동주택에서의 애완동물 키우기 등 그런 예는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다.

'국격 높이기 전도사'라고 불리는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최근 작성한 '성숙한 사회·선진일류국가 과제 worst12'라는 자료집은 이같은 대한민국 국격의 실상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만 들어보면, '1㎞당 교통사고 발생건수 oecd국가 중 최고' '인구 100만명당 집회·시위건수는 미국의 3.5배, 일본의 12배' '공권력 침해사범 4년간 2배 증가, 경범죄는 163% 증가, 조직폭력범죄 4년간 70% 증가' '에너지소비 증가율 oecd 평균 15배로 세계최고' '연간 음식물쓰레기 배출 1만4452톤(15조원)'등등이다.

한마디로 '교통질서와 공중도덕은 무시' '물자는 낭비' '법보다는 떼법을 중시' '공권력은 추락'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우리는 국격을 이야기할 때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거론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만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행태가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만연된다면 우리나라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것들을 극복해내야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g20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g10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도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고 마냥 들떠있을 때가 아니라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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