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가다

▲ 사진 1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사진 2 사막공로 중간쯤에 있는 탑중마을? 사진 3 모래언덕의 사막모습 사진 4 사막공로의 간이휴게소 사진 5 모래언덕의 사막모습 사진 6 호양나무가 듬성듬성 서있고 모래사구가 아름다운 민풍지역의 사막모습 사진 7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습 (위성사진 인터넷자료)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사막공로의 중간쯤에 있는 유일한 마을인 탑중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점식을 먹는다. 주유소와 식당, 휴게소가 있는 사막속의 작은 쉼터마을이라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들러가는 모양이다. 특별히 사막에서 점심을 먹어보는 별난 체험도 하고 볼일을 보러 식당 뒤로 가니 여기저기 배설물이 지천이다. 한군데 집중하여 소변을 보니 냄새 또한 대단하다. 중국의 화장실문제가 이곳에서도 심각한 것 같다.
사막을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의 멀지않은 부근에서 도로는 갈라져 우측은 민풍으로 가고 좌측은 구말현(具末見)으로 가는 길이 된다.모두 실크로드 서역남도 315번 도로와 연결 되고 있는 길이다.
사막하면 물이 없는 곳으로 인식 되듯이 매년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홍수로 넘쳐나는 물을 이런 사막에 내려주면 세상이 공평하여 지겠지만 공평하지 못한 이유로 사람들의 굴곡 많은 삶은 지속되고 투쟁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탑중 부근에도 유전을 개발하는 유전지대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곳에서 원유가 나온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쥐구멍에도 햇빛들 날이 있다고 하더니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황량한 사막에 물대신 검은 황금을 주니 그것도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대륙답게 땅이 넓다보니 별일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들며 부럽기도 하다.
옆에서 힘든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는 짝꿍은 심한 몸살로 대사막의 신기한 풍경을 마음껏 보지도 못하고 끙끙거리는 소리만 높아진다. 갈증으로 입술이 마르며 시원한 얼음과자를 찾지만 사막에서 어떻게 할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몇 시간 후 민풍에 도착하여야 치료를 할 수 있으니 참는 수밖에 없을 뿐이고 예전의 나그네들이 실크로드에서 몸이 아프면 어떻게 하였을까 궁금하다.
덜컹거리는 작은 버스라 걱정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잘 달리고 다행히 냉방장치는 잘되는 것 같다. 이따금 차를 세우고 사막으로 들어가니 뜨거운 열기가 가슴을 치고 얼굴이 후꾼거리며 달아오른다.
신기한 모습의 사막도 하루 종일 바라보니 가끔 지루한 시간이 되자 차안의 나그네들은 어쩌다 마주쳐 오는 차의 끝 번호를 누가 맞추나 하는 놀이를 하여 틀린 사람이 민풍에 도착 시원한 맥주를 사도록 한다. 그것도 잠시, 차창 너머로 보이는 모래바다를 바라보며 언젠가 사막에서 사막체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가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마음이다.
또 다시 몇 시간을 달리고 산간오지 초원아래 낮게 엎드린 토옥처럼 보이며 실크로드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살려주는 사막의 작은 주막에서 수박 맛을 보고나선 졸리면 자고 깨어나면 계속되는 사막의 모습에 시간을 맡기고 그저 달려간다.
이따금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빼고는 움직이는 물체가 없는 사막에 도로를 만들어 너무 쉽게 통과를 하고 있으니 싱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가끔 사막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볼일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고운모래에 발을 빠져가며 잠시 동안 사막을 맛보지만 하마의 엉덩이를 슬쩍 만져보는 느낌이다.
버스가 달려가는 만큼 민풍이 가까워지며 민풍지역에 있는 니야(한서에 나오는 정절국의 유적으로 추정)유적지가 민풍에서 북쪽으로 사막 어딘가에 있다고 하던데, 사막의 분위기로 보아 살아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사막에 한때는 수십 호의 촌락이 있었고 사람들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사막의 모래사구가 점점 줄어들고 푸른 초원이 군데군데 보이더니 멀리 백양나무 숲으로 들러 싸인 민풍지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물줄기 니야강을 따라 푸른 초원 위로 양떼들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오아시스마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사막과 녹색이 완전히 대비가 되며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데 푸른 초원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뒤를 돌아보니 사막공로 덕분에 황량한 타클라마칸사막을 쉽게 건너 올 수 있었다는 고마움을 떨칠 수가 없다.
이른 아침 쿠처를 떠나 물이 많지 않은 타림강을 건너, 천년세월을 견디고 있는 호양나무들을 만나보며 들어선 타클라마칸 사막,사막공로를 지키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파란집의 감정배양실은 새로운 실크로드의 특별한 모습이었다. 천리 길이 넘는 사막을 건너오며 삼장법사의 험난하였던 사막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현대문명의 편리함을 맛보았지만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 사막은 이렇게 인간의 품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실크로드 서역남로에 들어서며 민풍, 호탄, 사차, 야르칸트, 카스갈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아시스 마을들에 대한 궁금증들이 다가오고, 지나온 타클라마칸 사막횡단에 대한 아쉬움과 후련함 속에 현장법사가 1400년 전 대당서역기에 남긴타클라마칸사막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또 살벌하게 이야기한 내용을 올려본다.
'대류사(大流沙)'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대류사로 든다. 모래로 온통 덮여 있는데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바람이 부는 대로이다. 사람이 다녀도 발자국은 남지 않아 그대로 길을 잃게 되는 수가 많다.사방을 둘러보아도 그저 망망 사해로 방향을 짐작 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이곳을 왕래함에 있어 유해를 모아서 목표물을 삼는다. 물과 풀이 없고 열풍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 짐승 할 것 없이 눈을 못 뜨고 병이 나며 때로는 노래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울부짓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것을 듣는 사이 어디로 밀려왔는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 이렇게 해서 가끔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은데 모두가 악귀의 소행이다.<계속>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