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이 돌아오면 우리는 초조한 긴장감을 사회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11월은 크고 작은 시험들이 치러지는 입시(入試)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된 11월 입시 계획만 살펴보더라도 1일과 8일에는 전국적으로 2만 여명이 응시하는 초중등학교 교원임용고사 치러지고 12일에는 68만 여명이 응시하는 대학수학능역시험이 치러졌다.

그리고 각 기업별 신입사원 공채도 11월에 상당수 몰려 있다. 그중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 국민의 초미한 관심사로 공무원의 출근 시각과 항공기 이착륙까지 통제된다.

이렇게 11월에 치러지는 각 입시들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부터 길게는 3~4년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준비해 온 실력을 단번의 시험으로 최종 평가받는 관문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팽팽해진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그리고 때론 이러한 긴장감이 사회적인 히스테리를 낳기도 한다. 나이가 어린 10대 청소년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시험의 중압감을 못 이겨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수차례 취업에 고배를 마신 20대 젊은이는 대인기피증이 생겨 집 밖을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가 산업화되어 물건의 품질을 계량화된 수치로 판단하게 되면서부터 모든 평가의 잣대를 수치화하여 이를 맹신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엔 우리 자신마저도 수치로 평가하는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 두 번의 시험이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에서는 지식을 암기하는 기계적 능력만 양산될 뿐 변화를 통찰하고 새로움을 생성해 낼 수 있는 창의력은 얻어내기 어렵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한 "메이저리그에서 배우는 인재선발 전략"이란 보고서는 때에 따라서 평소 우리가 사용하던 평가 방식을 과감히 깨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만년 꼴찌 팀을 우승 팀으로 이끌 수 있었던 선수 선발의 평가 기준을 소개하고 있다. 기적의 주인공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템파베이 레이스이다. 재정난으로 우수선수 영입이 어려워지자 130여 년간 불문율처럼 통용되어오던 우수선수의 평가기준을 혁파하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등용함으로써 성공신화를 이룩하였다. 이때 사용했던 선수 선발 기준과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현 상황에 적합한 인재像을 재정립함으로써 자신의 조직에 정확히 필요한 선수를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둘째, 팀 컬러에 맞는 평가기준을 작성, 적용함으로써 타 팀에서는 低평가되었더라도 자신의 팀 컬러에 부합되는 선수를 저렴하게 영입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소통에 주력하여, 변화에 반대하는 내외부의 불만을 잠재움으로써 메이저리그에서 기적을 창출하였다.

이와 같은 사례에 비추어 보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평가 기준과 평가 방법들이 어느 정도 타당성과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지 다소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물론 기존의 평가 방식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모두가 우수 인재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도록 경쟁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이 한 두 번의 평가를 통해 계량화된 점수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은 산업사회를 건너선 정보화 사회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개성과 창의성의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알맞은 인재 선발 방법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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