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충돌 대비해야

외국인 1백만 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외국인에 대한 정책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외국인정책을 하나로 정비한 다문화통합기본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5월 행전안전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의 숫자는 이미 110만을 넘어섰다. 2006년 첫 조사가 시작되었을 때의 54만 여명보다 거의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통계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57만5657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결혼이민자가 12만5673명, 유학생이 7만7322명 등의 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혼이민자의 경우 124개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미 귀화한 여성들까지 합하면 17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내부적으로만이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다문화국가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이면에는 우수한 외국 인력의 유입을 장려하고 결혼이민자에게 이중국적을 인정하여,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수의 감소를 완화시킨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민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중국계 한국인, 베트남계 한국인, 필리핀계 한국인 등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가 함께 공존하여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성장하여 사회의 주류가 되었을 때 국적별로 작은 커뮤니티가 구성되거나 이익단체나 정치적 단체가 조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는 미국 등 해외로 이민간 우리 교포사회의 모습을 통해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0월부터 11월 말까지 6차례에 걸쳐 매주 토요일마다 법무부에서 주관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받으면서 앞으로 닥쳐올 다문화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다문화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대두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문화의 다양성와 고유성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인정하고 이를 포용하자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소수일 경우에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다수를 이루게 될 때는 우리 문화의 고유성에 대한 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면 다문화사회의 의의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다문화사회의 통합에 대한 준비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해주고, 그들이 평생 살아야 할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와 한국문화에 어느 정도 동화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나 법적인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이민자들에게 사회통합과 관련된 전문교육을 담당할 사람들에게 실시되고 있으나,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국내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회통합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이러한 교육이 이민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층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서로 반목하지 않고 잘 융화하며 살아가는 사회, 그들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뿌리 삼아 거기에서 무성한 가지와 잎을 피워낼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우리가 준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송정란건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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