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 실크로드 서역남로의 사차국과 영길사

▲ 사진 1 야르칸트 청진사의 예배모습. 사진 2 사차국의 왕 무덤 모습. 사진 3 아마니싸한 왕비묘의 아름다운 모습. 사진 4 사원 앞에는 항상 바자르(시장)가 선다. 사진 5 서역남로 키질고비(키질사막)의 모습. 사진 6 전통칼을 만들고 있는 마을 인기샤. 사진 7 전통칼 판매장. 사진 8 전통칼을 만들고 있는 모습.
실크로드와 차마고도가 만나는 예청시를 떠나오며 위구르족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를 걷고 있던 여인들의 모습이 차창 너머로 그림자처럼 떠오르고 있다. 차도르속의 오똑선 콧날 위로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며 떡살구가 노랗게 익어가던 파키스탄 훈자왕국의 뽕나무가 있는 작은 밭에서 만났던 이슬람가족의 모습이 생각난다.
청주의 옛길 상봉재 중봉고개 주변처럼 보이는 언덕배기 밭에서 한 남자가 담뱃대를 물고 앉아 이방인인 나를 바라보고 있고 세 여인이 밭에서 일을 하고 있어 가이드에게 질문을 하니 이슬람 사람들은 남자들이 부인을 네 명까지 둘 수 있으며 첫째 부인은 집안 살림 전체를, 둘째는 집안일을, 셋째는 아이 돌보기와 청소를, 넷째는 부엌일을 하며 서로가 분담하여 집안일을 하고 여인네들이 중심이 되어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를 하여준다. 이슬람 여인들이 차도르를 머리에 덮어쓴 이유는 그들의 고달픈 삶을 천으로 가리고 싶어서였을까. 궁금하다.
다시 발길을 옮겨 예청에서 멀지않은 야르칸드시를 향하여 가고 있다. 야르칸드시에 있는 사차국의 왕묘를 찾아가는 시내에서 우리가 탄 차는 길을 잘 모르는지 거리를 왔다 갔다 한다. 그 사이 이곳에도 장이 서는지 당나귀 마차를 모아놓은 모습이 커다란 주차장을 연상하게 하여 사진을 찍어 보고 싶은데 기회가 오지 않고 있다.
물어물어 찾아온 곳은 조용한 모습의 작은 사원이 있고 그 옆에 옛 사차국의 왕 무덤이 납골당 같은 모양으로 누워있다. 마침 사원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 시간이라 참여를 하여 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정원에서 자리를 깔고 절을 하는 모습이고 다른 사람들은 사원 안에서 절을 하는 모습이 이슬람 사람들에게도 지위가 있는 것 같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인사를 하고 조용히 사진을 찍는다. 경건한 마음으로 엄숙하여 보이는 이슬람의 예배모습이다. 그때 휴대폰 소리가 울리며 조용한 사원의 정적을 깨트리니 당황하는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다.
사원이 있어 그 옆에 무덤을 조성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차국왕의 무덤양식이 우리의 무덤양식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왕과 귀족들의 무덤은 그런대로 잘 보존되고 있으나 일반인들의 무덤은 흙무덤으로 언덕배기나 들판이나 마을의 한구석 풀밭 속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차국 왕묘 옆에 아마니싸한 왕비묘가 있는데 이곳은 왕비를 위해 조성된 곳 같다. 위구르족들에게 향비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아마니싸한 왕비묘를 보고 그 아름다움과 존경심에 놀라울 뿐이다. 1998년 인도 아그라에 있는 타지마할을 보며 웅장함과 아름다운 모습에 놀라웠는데 그 보다 규모는 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천정의 원형 그림이 매우 훌륭한데 사진을 찍지 못하고 돌아 나오며 한 여인을 모시는 무덤치고는 화려한 느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니싸한 왕비는 춤과 연주를 좋아하여 가무를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왕비로 위구르인들의 추앙의 대상이다. 아마니는 위구르어로 평안함을 의미 한다고 한다.
왕비묘 앞에 사원이 있고 사원이 있으면 바자르(시장)가 펼쳐지는 실크로드라서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며활기 있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자기를 만들 때 유약을 바르기 전 모습을 하고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를 길거리에 내놓고 있다.
야르칸드는 (莎車·사차· yarkant) 남북조(5∼6세기)시대에 거사국(渠沙國)이 있었다고 하며 전한시대에는 사차국이 있던 땅으로 현재 인구 60만의 큰 도시이다. 청(淸)나라 때인 1898년 사처즈리저우(莎車直隸州)를 설치하고 1913년 사처현(莎車縣)으로 부르고 있다.
야르칸드를 떠나와 인기샤(영길사,英吉沙)로 가는 도중에 키질고비라는 커다란 사막이 있다. 실크로드를 따라오던 곤륜산맥은 저만큼에 물러나 있어 보이지 않고 바람이 불면 가는 모래가 도로 위로 실려와 쌓이고 그 위를 차들이 지나가며 흩어 놓기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거친 모래자갈 더미로 보이는 사막 위로 줄을 지어 회오리바람이 달려가며 흙먼지를 일으키니 실크로드사막의 현장감 있는 모습이 이곳에서도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 저만큼만 사막으로 들어가면 바로 예전의 실크로드 나그네모습이 되어 길을 걸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이곳에 있다.
사막을 다시 지나며 흐르는 시간에 대한 느낌이 희박하여질 때 작은 도시를 만난다.
인기샤(영길사·英吉沙)라는 마을로 크고 멋진 호수가 있어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다. 카스로부터 남쪽으로 60km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나 위구르인들의 전통 칼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치 스위스의 시계처럼 지금은 상표를 만들고 많은 나라로 수출을 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기본적인 도구로 작은칼(小刀)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수준 이였으나 지금은 공장 규모인 것 같다. 쇠의 강도가 뛰어난 고품질의 칼을 만들고 있어 판매장에 들리니 매장도 현대식 건물에 시골상점보다 백화점의 진열대라는 느낌이다. 아주 작은칼에서 큰칼까지 다양하게 있으나 칼날이 너무 예리하고 칼끝이 날카로워 위험하게 보이기에 하나 사볼까 망설이다 그냥 돌아서니 부산에서 온 한 친구가 작은 칼 하나를 선물로 준다.이곳을 왔다 간다는 흔적으로 하나가 가져보라는 이야기이다.
전통칼 판매장을 보고 위구르인들이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칼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작업장을 보여 달라고 하니 지금은 작업시간이 끝나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아쉽다.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실크로드를 살펴보니 마침 나와 같이 실크로드 나그네가 되어 이곳을 다녀간 "인생은 긴 여행"이라는 나그네가 올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어 올려본다. 사진 속을 들여다보니 가족들과 마을사람들이 헛간처럼 창고처럼 보이는 작업장에 모여 쇠붙이를 깎고, 다듬고, 벼르며 전통칼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눈에 선하다. 아버지와 형들이 칼을 만들고 있는 한편에 위구르족 전통 모자를 쓰고 팔짱을 끼고 의젓하게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저 아이도 자라서 칼을 잘 만드는 장인이 될 것이다.
1995년 봄 파키스탄 실크로드를 찾았을 때 길기트 부근의 작은 마을 거리의 구멍가게에서 총을 직접 손으로 깎아 만드는 것을 보고 놀랍기만 하였는데 이곳의 위구르족 전통 대장간에서 좋은 칼을 만들고 전 세계로 판매하는 모습을 보며 전통을 살려가는 장인 정신이 살아 있음을 실크로드에서 만나본다. 스위스의 시계처럼 작은 마을에서 특산품을 만들어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을 이곳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인기샤를 벗어나 카슈가르를 향하며 카스를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만 앞서고 있다. 푸른 풀밭이 넓게 시작되고 도로 옆 버드나무에는 겨우살이 기생 식물이 무더기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듬성듬성 보인다. 볼일을 보기 위하여 들어간 수로 옆 숲속으로 토끼 한 마리가 달아나니 사람이나 짐승이나 서로 놀라고 있다. 카스갈이 멀리 보이기 시작하며 도로에 오고가는 차량이 많아진다. 카스갈은 실크로드 도시 중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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