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 `세계 지성의 별`이 뜬다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의 수학자 주세페 페아노를 만난 버틀란트 러셀은 `수학에 사용되는 언어와 일상언어 사이에 공통점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러셀은 페아노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1905년 `지시에 관하여(on denoting)`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은 오늘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가 된 기호논리학의 출발점이 됐다.

러셀과 페아노의 만남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자공학과 it산업의 발전도 불가능했을 터다. 둘이 수학과 일상언어의 공통점을 토론한 무대는 제1회 세계철학대회였다.

흔히 `철학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며 5년 마다 세계 각국에서 3천명 이상의 철학자들이 모여 연구성과를 나누는 세계철학대회의 제22차 대회가 2008년 7월30-8월5일서울대에서 열린다.

제22차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주요 참석학자와 토론주제, 대회준비 상황 등을 소개했다.

조직위는 특히 제22차 서울대회는 제1회 대회 이후 107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과미주 이외의 문화권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현 조직위 의장은 "산업문명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서양사람이 만든 사상의밭에서 얻은 수확으로 살아왔다"며 "100년 동안 유럽과 미주권에서만 개최되다 서울에서 철학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은 이념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의 발언에는 산업문명을 넘어 새로운 문명으로 가는 문명의 전환기에서 서울대회를 계기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새로운 철학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주요 참석자들의 얼굴은 새로운 철학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유럽철학계의 거목인 프랑스의 알랭 바디우와 독일의 피터 슬로터다이크를 비롯해 독일 현대철학을 대표하는 소장학자 비토리오 회슬레, 영미 문화계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여성주의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 등이 참석한다.

자크 시라크 정부의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프랑스의 뤽 페리, 영미분석철학을 대표하는 영국 철학자 티모시 윌리엄슨, 미국의 인지과학자 어네스트 르포어, 기독교의 현대적 해석으로 세계적 명망을 얻고 있는 장 뤽 마리옹 등도 주목할 학자다.

이밖에도 이마미치 도모노부(今道友信) 도쿄대 명예교수 등 150여개국의 학자 3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철학대회의 중심 행사인 전체강연은 실천철학ㆍ형이상학ㆍ인식론ㆍ철학사라는 철학의 4가지 핵심주제를 아우르며 알랭 바디우 등 가장 주목받는 학자들이 초청연사로 나선다.

5개 심포지엄은 ▲갈등과 관용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 ▲생명윤리, 환경윤리 그리고 미래세대 ▲전통, 근대 그리고 탈근대 : 동양과 서양의 관점 ▲한국의 철학을 다룬다.

특히 `전통, 근대 그리고 탈근대 : 동양과 서양의 관점`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의 특성을 반영해 동양과 서양의 시각을 비교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철학` 심포지엄은 주최국이 자국의 철학을 소개하는 세계철학대회의 전통에 따라 마련됐다.

또 피터 슬로터다이크 등이 세계철학연맹 기금으로 마련된 기금강연의 연사로 나서며 54개 분과 400개 세션의 토론이 진행된다.

한편 세계철학대회에 앞서 2008년 7월27-29일 이화여대에서는 제13회 세계여성철학자회의가 열린다. 역시 유럽과 미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회이며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를 주제로 500여 명의 여성철학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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