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란건양대교수
지금 대학가는 등록금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다. 그동안 미뤄져 왔던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와 대학 등록금 상한제가 여야의 합의 하에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으며, 대학은 대학대로 등록금 동결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2010년 정시 합격자 발표가 이미 시작되었고 졸업과 1학기 개학을 앞둔 시점에서 등록금은 민감하고 중대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신입생의 경우 합격의 기쁨은 잠시고 입학금 마련에 전전긍긍해야 하며, 재학생들은 1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방학 내내 공장에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다. 또한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졸업사정에서 등록금을 완납하지 못하여 부득이 휴학 처리되는 학생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통과되는 icl에 대한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국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지난 15일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icl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대출 신청 첫날에 이미 8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접수를 마쳤다고 한다. icl은 재학 중에 학자금 전액을 융자받고 취업을 한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원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대출 이자 역시 취업 후로 유예되는 방식이다. 기존의 학자금 대출은 거치기간에도 이자를 내야하고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바로 상환해야 해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에 하지 않을 수 없어 학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약 백만 명 가량의 대학생들이 icl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어 학생들의 부담감이 대폭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등록금 상한제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대학 등록금을 국가적 차원에서 통제하겠다는 정책이다. 2009년에 발표된 oecd의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등록금이 두번째로 높은 국가로 나타나고 있으며, 실상 지난 10년간 등록금이 2배가량 오른 상태이다. 한 해 등록금만 1천만 원에 육박한 대학들이 꽤 있으며,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로스쿨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만 해도 1천만 원에 가깝게 책정된 학교들이 많다. 한 가정에 대학생 2명이 있다면 1년 등록금만 해도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하니 아무리 중산층이라고 해도 그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경기가 좋지 않던 작년부터 대학에서는 대학 나름대로 등록금을 동결해 왔으며 올해 역시 동결에 들어간 대학들이 있어,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2년째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의 경우 재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경비 절감에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 문제를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에서 학비를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고, 대학 등록금 인상률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자 없이 학비를 받을 수 있어서 좋지만 복리로 책정된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아야 할 시점이 되면 당사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며,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또다른 사회 문제로 불거질가능성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등록금 상한제 역시 인상률 억제보다 과다하게 책정된 등록금이 있다면 그것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더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가 좁고 인구는 많고 거기에 천연자원까지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교육이 가장 큰 국가 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 가난한 인재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정진할 수 있도록 해준icl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학비가 비싸지만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미국 대학이나 학비가 저렴한 유럽 대학들의 사례를 잘 연구하여, 앞으로는 좀 더 합리적이고 실효성 큰 등록금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