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관 영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웃어른께 드리는 선물로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내복 선물이었다. 50대가 넘으신 분들은 대부분 빨간 내복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내복을 안 입고는 겨울을 나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춥기도 하고, 가정이나 사무실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말 추웠다. 석탄, 연탄을 때면서 겪은 힘든 추억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건축을 할 때도 단열재를 넣어 지으면서, 실내온도가 많이 높아지고 내복을 입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 이와 더불어 내복선물하는 일도 아주 드물게 되었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에어콘, 컴퓨터 등 옛날에 사용하지 않던 전기 기구들을 많이 사용하면서부터 에너지고갈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느 학자는 30년정도 지나면 석유가 전부 고갈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 이대로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머지 않아 에너지 부족이 심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에너지는 일률적으로 규제한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일전 설계심의 위원으로 위촉되어 모 기관을 방문한 일이 있다. 내부에 들어서니 싸늘한 냉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오후까지 계속된 설계심의 내내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더구나 실내가 어두워 살펴보니 형광등 하나씩을 모두 빼놓은 것이 아닌가. 에너지 절약을 한다고 너무 실내를 춥게 해도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밝기가 밝지 않으면 오히려 눈에 해로워 결코 이득이 아니다. 몸이 10냥이라면 눈이 9냥인데 등 하나씩 빼는 것은 원시적인 에너지 절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실내 온도를 규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얼마전 어느 기자가 쓴 글을 보니 어느 기관은 더워서 남방셔츠만 입고 있고 어느 기관은 실내가 추워서 각자 발밑에 전기 난로를 갖다놓고 있고 공공기관마다 에너지절약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다르다고 비판을 했다. 너무 추워서 개인적으로 전기난로를 쓴다면 이것은 에너지절약이 아니라 에너지 낭비일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는 어느 정도 개인의 성향도 파악해서 온도를 맞춰야 할 것 같다. 추위를 너무 타는 사람에게 온도를 너무 낮추라고 하면 그 사람은 견디기 힘들다. 반대로 추위를 안 타는 사람은 온도를 낮추라고 안해도 더운것이 싫어서 온도를 낮춘다. 그래서 무조건 몇도로 규제하기 보다는 안 쓸 때 또는 사람이 없을 때 켜 놓는 컴퓨터라든가 플러그를 안 빼놓아서 낭비되는 전력 등을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왜 절약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나 한 사람이 아끼면 한 달에 몇 백원 안 되지만 그것이 전체로는 수조원이고 전력공급은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밤에 전기가 나가 정전을 경험한 사람들은 실감이 날 것이다. 우리가 단 한 시간만 전기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하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서로 아껴써서 에너지 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새해 들어 연일 한파가 계속 되면서 최대 전력 수요량도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긴장감이 맴돈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량은 7200만kw 정도로 통계 전력 수요가 6856만kw에 육박하여 한계 전력 수요를 넘어섰다. 이것은 지난 1933년 이후 16년 만이라고 한다.

급증하는 전력난으로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 동절기 난방 수요 급증에 따른 범국민 차원의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요즘 정부에서 다시 내복입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것 또한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도 계속 공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내복을 입으면서까지 에너지를 절약해야 함을 실제로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에너지에 대해서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 그야말로 에너지 불감증에 걸려있다. 이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을 잘 한 가정이나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1년 동안 사용한 전력사용량이나 수도 사용량 등이 아주 낮은 가정에는 연말에 1개월 전깃세나, 수돗세를 안 내게 한다든지 획기적인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에너지 고갈로 어떤 위기를 겪게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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