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고향 떠나는 게 아닌지 걱정"

세종시 예정지 주민들의 우울한 설
세종시 공사현장 (자료사진)

"이러다가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공주시 장기면이 고향인 이모(48) 씨는 14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지만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해 초 정든 고향을 떠나 연기군 조치원읍으로 이사한 이씨는 세종시 입주가 시작되는 3년 뒤 고향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세종시 수정 논란이 확산되면서 입주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 12월 첫 삽을 뜬 국무총리실 청사(1단계 1구역) 공사가 16%의 공정을 보인 상태에서 지난달 전면 중단됐다.

게다가 홀어머니를 모시로 살려고 했던 행복아파트(세종시 원주민 중 영세민에게 공급되는 아파트)도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건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불안감마저 들기도 한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이주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연기군 남면 양화리 주민들도 마음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안(扶安) 임(林)씨 집성촌인 이 마을 주민들은 예년에는 명절 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온 뒤 한 자리에 모여 풍물놀이를 하거나 윷놀이 등을 즐겼지만 이번 설에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농사를 지을 일도 없어 가보처럼 소중하게 관리해온 각종 농기계도 주인을 잃은 채 녹슬어 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도 머지않아 다 헐릴 텐데 고향을 어떻게 떠나나…."라며 뒤숭숭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부안 임씨 대종회 임원들은 "우리가 문중 땅을 내놓고 조상묘까지 파서 이장한 것은 행정도시를 만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공장을 지을 거라면 아예 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세종시에 행정기관 대신 대기업이 내려와야 주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반겨 대조를 보였다.

김모(46.연기군 남면) 씨는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개발하는 것은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세종시 원주민 중에도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주민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최봉식(54) 세종시 주민 생계ㆍ보상비상대책위원장은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건설이 지연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원주민들"이라며 "원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수정안을 수용해 공사를 서둘러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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