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정 란 건양대 교수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소식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온통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다. 동계 올림픽 경기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초(秒)를 다투는 스피드 종목들이 많다.
사람의 눈으로는 식별이 되지 않는 영점 몇몇 초의 차이로 금메달과 은메달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하잘 것 없이 생각하는 1초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지 않을 수 없다.
2개의 메달을 따낸 모태범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69초 82로 금메달을 땄는데 일본의 나가시마 케이치로보다 0.16초 앞선 것이다. 1,000m 결승에서는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에 0.18초 뒤져 아깝게 은메달을 획득했다. 모태범과 같은 종목에 출전한 이강석 선수는 일본의 가코 조지에게 0.03초 뒤져 아깝게 동메달을 놓치기도 했다.
첫 금메달을 안겨준 쇼트트랙의 이정수 선수의 기록 2분 17초 611은 미국의 안톤 오노보다 0.36초 정도 빠른 것이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의 이상화 선수는 0.05초 차이로 상대방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우리말에는 아주 작은 시간의 단위를 나타내는 재미있는 낱말들이 있다. 순간(瞬間), 탄지(彈指), 찰나(刹那) 등이다. 순간은 눈을 한번 깜짝이거나 숨을 한번 쉴 만한 아주 짧은 동안이다. 탄지는 순간보다 작은 단위로서 손가락을 튕길 동안의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한다. 손가락을 튕기는 시간이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 짧은지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마술사들은 손이 눈보다 더 빨라야 마술을 할 수 있다고 하니 탄지가 순식보다 더 빠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눈 깜빡할 사이가 0.25초 정도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은 감지할 수 없다고 한다. 순간이 0.25초 정도라면 탄지는 그보다 짧은 시간이 된다.
그런데 탄지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로 찰나가 있다. 찰나는 불교에서 말하는 최소 시간 단위로 탄지보다 매우 짧은 시간을 이른다.
찰나의 시간에 대해 불교에서는 '2명의 성인 남자가 여러 가닥의 명주실을 붙잡고 잡아당기는데, 또 한 사람의 성인 남자가 잘 벼린 칼로 단숨에 그것을 절단할 때 1가닥을 절단하는 데 64 찰나가 경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찰나를 시간으로 따지면 1/75초로서 0.013초에 해당된다고 한다.
탄지나 찰나는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시간의 세계이나, 과학이 발달한 지금 초 단위의 세밀한 시간 측정이 가능해 스피드 경기의 경우 찰나의 시간으로 승자를 판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0.1초는 운동경기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 연구팀은 사람들의 첫 인상이 0.1초 만에 결정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러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 뒤 호감도, 매력, 신뢰도, 능력 등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했는데, 0.1초 뒤의 판단과 0.5초, 1초 뒤에 내린 결론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달려드는 버스를 보고 0.1초 차이로 이를 모면하여 목숨을 건진 남자의 동영상이 인터넷 검색 순위의 상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0.1초의 짧은 순간적 판단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이번 주말까지 계속 경기가 열리면서 새로운 금메달, 은메달리스트를 배출해 낼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0.1초보다 더 작은 시간의 세계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를 기원해 본다.

▲ 송정란건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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