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올해는 '충청방문의 해'이다. 이런 계기에 우리지역의 자연, 문화유산을 한껏 알리고 자랑해야 할 해이다. 그런데 세종시 수정안 강도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으니, 우리를 올바로 찾아 날아 가 버릴 위기의 '충청방문의 해'를 백분 활용하자.
지난 해 말 충청방문의 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바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해외관광객들에게 무엇을 내세워야 유인이 될까 고민되었다. 충남도는 3년전부터 준비한 대백제전을 구체화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대대적인 행사계획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기대해 볼 것은 충주무술축제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런 행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수수하고 친화적인 자연환경과 생활문화환경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 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어차피 지역방문의 해는 다시 돌아 올 테니 올 한해에 모든 것을 다 승부하려는 것 보다는 이번을 계기로 참살이=웰빙 문화의 상징적 기초를 만들어 내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게 좋을 성 싶다. 지난 1월 청주시에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 있었다. 남석교 복원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 계획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정말 환영하고 격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석교 유적이 복원될 수 있다면 아슬아슬 이어가고 있는 재래시장 위기를 떨쳐버리고 육거리 시장이 활성화가 되고 명품시장이 되는데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청주를 내세우는데 육거리 시장만으로 미흡하다. 천년 여의 역사 문화를 가진 도시가 그 역사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뚜렷이 없다. 그 이유는 없는 것이 아니라, 못 만들어 낸 것이다. 경주에는 신라 왕릉이 있고 전주에는 한옥촌이 있다. 그런데 청주에는 철당간도 있고, 동헌 청녕각도 있고 충청병영 문루도 있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그러게 만들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참에 큰 마음먹고 배짱을 부려 '청주읍성을 복원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동헌 앞 청원군청 청사도 헐어내고, 철당간 광장도 키우고 넓혀 성안길 중심에 붙이고, 중앙공원과 성안길도 터 벌이자. 또 희망을 주는 정보가 있다. 성안길 한복판의 우체국이 율량지구 신도시개발이 되면 그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는 우정사업(우체국)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을 남기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 기회에 청주시는 우체국 부지를 인수하여, 관아 터의 한 부분으로 추정되는 그 곳을 시민들을 위한 광장 또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사업은 돈도 많이 들고 세월도 많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마음먹어야 계획할 수 있고, 예산재정 방안도 궁리해 볼 것이고, 그림도 그려보아야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새로 기대가 되는 곳 하나를 더 이야기해 보자. 그 곳은 율량지구에서 유적 발굴한 율봉역터이다. 청주목 직속 관할의 역으로 주변 16개 역을 관장하는 큰 역이었고. 암행어사가 와서 말과 병졸이 필요하면 마패를 제시하고 출동시킬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 율봉역 터의 주춧돌와 연못지가 율량 개발지구에서 발굴된 것이다. 시에서는 이 지역을 역사공원으로 만들어 향후 복원계획도 가지고 있다. 율봉역 터는 우리 역사의 교통통신 유적으로서 청주를 자랑하는 또 하나의 역사유적,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돈돈돈' 하는 천박함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이다. 청주가 다시 중심을 세우고 주목받는 도시가 되려면, 문화에 투자해야 하고, 와보고 싶은 도시, 와서 즐겁고 안락한 도시, 신선한 영감을 주는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